3일 전라남도 나주시 중흥 골드스파&리조트에 문을 연 미디어 체험 전시 공간 ‘UZU DREAM(우주 드림)’ 내부 행성에서 관람객이 다양한 전시 체험을 하고 있다. 나주=박해묵 기자 |
“푹푹 찌는 더위를 피해 가족들과 함께 시원한 곳에서 진짜 우주 여행을 하고 온 기분이에요.”
“신비롭고 재미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신나서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니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 3일 오전 전라남도 나주시에 위치한 중흥 골드스파&리조트(이하 중흥 리조트)의 체험형 미디어아트 전시관 입구. 생경하면서도 궁금증을 자아내는 회색빛 거대 외벽 앞에 250여명의 사람들이 밀물처럼 모여들었다. 전라권을 대표하는 관광 명소로 알려진 중흥 리조트에 새롭게 설치된 최신 미디어 아트 공간인 ‘우주드림(UZU DREAM)’전시를 축하하기 위해 모인 인파다. 2023년 9월 기획 이후 11개월만에 모습을 드러낸 이날 행사에는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 정원주 ㈜헤럴드·대우건설 회장, 전병호 ㈜헤럴드·남도일보 부회장, 윤병태 나주시장, 신정훈·정진욱·정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한상원 광주상공회의소 회장 등이 자리를 함께했다.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은 “이번에 개관하는 혁신적인 미디어아트 전시인 우주드림을 바탕으로 국내 대표 문화관광지를 선사하겠다”고 말했다.
우주드림은 영어의 ‘Would you dream?’과 발음이 비슷하다. ‘같이 꿈을 꾸실까요?’ 라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동시에 한국어로는 ‘우주와 같은 꿈을 관람객에게 드림’이라는 함의까지 담았다. 2개층(총 1000평)에 체험 전시 공간이 마련됐다. 전체 전시를 기획·제작한 빔인터랙티브는 사용자경험(UX)을 기반으로 “사람들의 ‘마음의 동선’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3일 전라남도 나주시 중흥 골드스파&리조트에 문을 연 미디어 체험 전시 공간 ‘UZU DREAM(우주 드림)’ 내부 행성에서 관람객이 다양한 전시 체험을 하고 있다. 나주=박해묵 기자 |
▶1시간 10분 가량의 장대한 미디어 아트 체험 공간…“한편의 영화 관람보다 낫다”= 우주드림은 10~20분 영상을 눈으로만 보고 끝내는 단순 전시가 아니다. 1시간 10분 가량 관람객이 직접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며 때로는 외계인과 소통하고, 외계 행성의 물을 발로 직접 누벼보는 다층적 체험 공간이다.
광주에 거주하는 50대 여성 김모 씨는 “기대보다 훨씬 프로그램이 길고, 스토리가 있어서 재미있게 관람했다”며 “짧은 단편 영화 관람보다 이곳에서 한 이색적인 경험이 나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외계 생명체와의 만남에 대비하기 위한 간단한 주의사항을 들은 뒤 탑승객들은 ‘NJ-083’으로 불리는우주선을 타게 된다. 한번에 14명 내외가 탑승 가능한 우주선을 탄 관람객들은 5개 행성을 거쳐야 비로소 지구로 돌아올 수 있다.
우주선 탑승 후 약 1분 30초간 이동을 마치면 첫번째 방문 행성인 ‘엘리시온’에 들어서게 된다. 관람객들은 엘리시온에서 빛으로 만들어진 초현실적 풍경의 해변을 거닌 뒤, 바다 깊숙이 서식하는 초거대 해파리(루미네 젤리피시)들과 소통하는 이색 체험을 하게 된다.
다음 행성인 ‘크로노테라’에 들어서면 고대부터 미래까지 지구 문명 건축물을 한 자리에 모은 신전을 만날 수 있다. 문명을 꽃피운 강의 물줄기를 중심으로 고인돌부터 최첨단 고층 건물에 이르는 행렬 앞에 일출과 일몰을 상징하는 듯한 태양의 이동을 보게 된다. 관람객 일부는 경건하고 신비로운 감정까지 느끼게 됐다고 설명했다. 문명의 탄생, 발전, 쇠퇴를 연상시키는 공간이라는 평가다.
3일 전라남도 나주시 중흥 골드스파&리조트에 문을 연 미디어 체험 전시 공간 ‘UZU DREAM(우주 드림)’ 내부 행성에서 관람객이 다양한 전시 체험을 하고 있다. 나주=박해묵 기자 |
다음 행성인 ‘코스모아이’는 미래 인공지능(AI)이 결집하면서 구축된 거대한 인공행성이다. 코스모아이의 AI는 눈꺼풀 형상의 이미지로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양측에 구축된 대형 거울을 통해 끝없이 이어지는 AI 눈꺼풀의 감시 세계에 들어선 이들은 어느 순간 작은 발걸음조차 떼기 어려운 긴장감을 맛보게 된다는 후문이다.
다음 행성인 ‘아쿠아타’에서는 물을 매개로 수중 외계 생명체들을 불러들이고, 이들과 교감하는 장이 마련된다. 직접 관람객들은 신발을 벗고 물 속을 거닐게 된다. 관람객의 움직임에 따라 물 속의 생명체들이 감응하며 움직이는 모습이 다채롭다는 평가다.
마지막 외계 행성인 ‘플로라 스피어’는 새하얀 사막 속 정원을 형상화한 모습이다. 관람객들은 이 행성에서 제공되는 우산을 쓰게 되는데, 이 우산 밑바닥에 만들어지는 자체 그림자가 다양한 색깔의 잎으로 형상화된다.
다섯 행성을 돌고나면, 어느새 지구로 돌아오게 된다. 여정의 종착지인 지구(카페 디얼스)에서는 커피나 다과를 먹을 수 있다.
3일 전라남도 나주시 중흥 골드스파&리조트에 문을 연 미디어 체험 전시 공간 ‘UZU DREAM(우주 드림)’ 내부 행성에서 관람객이 다양한 전시 체험을 하고 있다. 나주=박해묵 기자 |
▶미디어 아트로서 진보된 ‘테크’부각…세계 최초로 특수 소재 거대 거울 사용=우주드림 전시 자체도 관람객들의 큰 호응을 이끌고 있지만, 전시 뒷얘기도 흥미롭다. 기존의 미디어 아트에서 선보이던 스케일 큰 영상 시청을 벗어나, 기존에 없던 기술·소재를 사용하며 미디어 아트의 표현 범위를 놀라울 정도로 확장시켰다는 분석이다.
이번 전시의 가장 큰 특이점은 ‘테크(기술)’ 기반 체험이 기존보다 고도화됐다는 것이다. 첫 번째 체험 행성인 ‘엘리시온’에서 관람객들은 기계로 구현된 해파리를 만나게 된다. 해파리를 움직이게 하는 중심부 화면을 보면, 이 공간을 찾은 관람객의 얼굴이 디지털 이미지로 맺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관람객이 해파리에게 말을 걸면, 이 말이 외계어로 전환되는 새로운 체험 역시 가능하다.
두번째 행성인 ‘크로노테라’에서 구현되는 일출·일몰의 태양 뒤에는 이 태양을 구동시키는 거대 로봇팔이 숨겨져 있다. 세번째 행성인 ‘코스모아이’에서는 세계 최초로 FX미러가 사용됐다. 빔인터랙티브의 조 대표가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다. 기존에는 대형 거울을 만들 때 여러 거울을 이어 붙여야 했다. 기존 대형 거울 사이를 잘 살펴보면 갈라진 틈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작품에 사용된 FX미러은 그 자체로서 하나의 거대한 거울이다. 균열없는 거울에 비친 거대한 상이 전시 공간 양 옆에 맺히면서, 관람객들이 AI 눈의 움직임을 더 깊게 체험할 수 있게 됐다.
마지막 외계 행성인 ‘플로라 스피어’에서 다양한 꽃무늬 그림자 이미지를 구현하는 우산은 편광필름을 통해 제작됐다. 편광필름은 빛 가운데 일정한 방향의 빛만을 통과시키는 특성이 있다. 편광필름을 통한 다채로운 이미지 발산이 연신 관람객들의 탄성을 자아내기도 했다.
나주=김지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