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미국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5일(현지시간) 한국, 일본, 대만 등 아시아 주요 증시가 일제히 급락했다. 3개국 주요 주가지수는 역대 최대 폭락을 기록했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일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는 4451.28포인트 하락하며 사상 최대 하락폭을 보였다. 전장 대비 12.40% 내린 3만 1458.42로 장을 마감했다. 하락률 기준 1987년 10월 20일 블랙먼데이(-14.9%)에 이어 두번째다. 당시 하락폭은 3836포인트였다. 일본의 다른 주가지수인 토픽스 역시 12.23% 급락 마감했다. 닛케이와 토픽스는 지난달 고점 대비 20% 넘게 하락하며 조정 국면에 진입했다.
코스피 지수는 이날 전장 대비 234.64포인트(8.77%) 하락한 2441.55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하락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020년 3월 19일(133.56포인트)를 뛰어넘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하락률로는 금융위기였던 2008년 10월 24일(-10.57%) 이후 16년 만에 최대다. 코스닥 지수도 이날 전장 대비 88.05포인트(11.3%) 하락한 691.28에 마감했다.
대만 증시 자취안 지수는 8.4% 급락 마감해 1967년 이후 최악의 매도세를 기록했다. 자취안 지수 하락폭(1,807.21포인트) 역시 사상 최대 규모다.
특히 아시아 각국 증시 시장에서는 반도체주 약세가 두드러졌다. 시가총액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지수 전체에 영향을 미쳤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10.3%)·SK하이닉스(-9.87%)·한미반도체(-11.09%) 등이 급락세를 보였다. 일본 도쿄일렉트론(-18.48%)·어드반테스트(-15.84%), 대만 TSMC(-9.75%) 등이 10% 안팎 급락했다.
닛케이와·토픽스 선물 거래와 코스피·코스닥 등 아시아 주요 증시 곳곳에서는 주가 급락에 따라 장중 거래가 일시 중단되는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됐다. 국내 증시에서 서킷브레이커 발동은 2020년 3월 19일 이후 4년여 만이다.
중국 본토 증시에서 상하이종합지수(-1.54%)와 상하이·선전증시 시가총액 상위 300개 종목으로 구성된 CSI 300 지수(-1.21%)도 하락했지만 비교적 양호한 모습이었다.
한국시간 오후 4시 19분 기준 홍콩 항셍지수(-2.03%), 홍콩에 상장된 중국 본토 기업들로 구성된 홍콩H지수(HSCEI·-2.08%)도 내렸고, 호주 S&P/ASX 200 지수 종가는 3.7% 떨어졌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집계하는 아시아태평양 주가지수는 장중 4.3% 하락, 올해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외환시장도 요동치고 있다. 유로화·엔화 등 6개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장 대비 0.172 내린 103.036이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주간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 대비 3.6원 오른 1374.8원에 장을 마쳤다. 원/엔 환율이 960원대로 작년 5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 엔화 가치는 7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하며 아시아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다. 일본 엔화는 오후 한때 미 달러화 대비 상승 폭을 3.3%까지 키우면서 141.7엔을 기록했다. 이는 올해 1월 초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엔화 강세와 더불어 중국 역외 위안화 가치도 달러 대비 0.7% 올랐다. 한국시간 오후 4시 34분 기준 엔/달러 환율은 전장 대비 3.45엔 내린 143.08엔, 역외위안/달러 환율은 전장 대비 0.0342위안 내린 7.1297위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