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들 무거운 어깨…‘골판지 상자’ 가격 인상까지 걱정

골판지 상자 가격이 초읽기에 들어가며 소상공인들의 경영부담 증가가 우려되고 있다. 사진은 인천의 한 물류센터에 쌓인 배송물품들. [사진=이상섭 기자]

온라인으로 제품을 구매하는 전자상거래가 일상으로 자리잡은 가운데, 택배·포장 배송에 필수적인 골판지 상자 가격 인상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 때문에 최근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의 국내 시장 공습과 ‘티메프 사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들의 경영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골판지 상자의 원재료인 ‘골판지 원지’ 제조 주요업체들은 지난달 줄지어 종전 대비 톤당 8~9만원, 평균 20%에 달하는 가격 인상을 통지했다.

원지 제조기업들은 ▷원자재인 고지의 가격상승과 수급 불안정 ▷원·부재료, 인건비, 에너지 비용 및 제조 경비 상승 ▷채산성 약화에 따른 회사 경영상태 악화 등을 가격 인상의 이유로 들었다.

골판지포장산업은 ‘골판지원지→골판지(원단)→골판지상자’로 이어지는 공급망을 이루고 있다. 원지 가격이 상승하면 이에 연동해 골판지 상자 가격도 오를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골판지 상자는 원재료인 골판지원지 비용이 생산단가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따라서 골판지원지 가격이 20% 상승하면 골판지 상자 가격 또한 12% 이상 상승할 수 밖에 없다는 게 골판지포장업계의 주장이다.

골판지 상자 가격이 상승하면 이 부담은 고스란히 전자상거래를 활용하고 있는 소상공인들에게 전가된다. 경기침체 속 판로를 찾는 소상공인들에게 전자상거래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중소벤처기업부의 2022년 소상공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도·소매업 소상공인 업체 수는 135만 842곳에 달했다. 이중 80%에 달하는 107만 3968개 업체가 전자상거래 실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본부장은 “많은 소상공인들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전자상거래를 통해 매출을 올리고 있는데, 골판지 상자 가격의 상승은 경영비용 증가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원자재 가격, 인건비 등 증가는 비단 어느 한 업종만의 문제가 아니다. 골판지 상자 가격으로 타격을 입게 될 수많은 소상공인들을 위해 어느 정도 고통을 나누는 상생의 방안을 찾아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골판지 상자를 생산하는 골판지포장업계 역시 원재료인 골판지원지 가격의 인상으로 경영난이 가중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골판지상자를 전문으로 제조하는 박스업계는 대부분 중소, 영세기업인 탓에 골판지원지 가격이 인상되더라도 수요기업과의 거래 관계 유지를 위해 즉각적으로 골판지상자 가격의 인상 반영을 하기 어렵다는 것.

때문에 인상 시기까지 손실을 계속 떠안고 가야 하는 만큼 업계간 고통을 분담하는 차원에서 골판지원지 가격의 점진적인 인상 등을 통한 상생협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불어 한국골판지포장산업협동조합은 업계간 상생협력 차원에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협력법)’과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에 근거해 납품대금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골판지원지 가격이 약 20% 이상 인상한 만큼 대기업 등 수요기업에 골판지상자 납품대금 연동반영을 적극 요청할 계획이다.

유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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