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국회의장 “일본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 외교협상 전모 공개하라”

우원식 국회의장. [연합]

[헤럴드경제=안대용 기자] 우원식 국회의장이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일본 니가타현 사도광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것과 관련해 정부를 향해 “외교협상의 과정과 내용, 전모를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우 의장은 6일 입장문을 내고 “역사와 인권은 외교적 흥정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우 의장은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 결정에 대한 국민적 우려와 비판이 커지고 있다. 사도광산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 현장”이라며 “‘지옥섬’으로 불릴 만큼 처참했던 강제노동 현장인 군함도에 이어, 사도광산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는 과정에서 우리 정부의 대응에 관해 제기된 의혹을 밝힐 책무가 국회에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대한민국 국회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의 사도광산 등재 결정에 앞서 여야 재석의원 전원 찬성으로, ‘일본 정부의 사도 광산 세계유산 등재 추진 철회 및 일본 근대산업시설 유네스코 권고 이행 촉구 결의안’을 채택한 바 있다”며 “이 결의안은 일본 정부가 2015년 군함도 세계유산 등재 당시 국제사회와 한 약속을 지금까지도 지키지 않고 있다는 분명한 사실에 기초하고 있다”고 했다.

또 “일본 정부는 군함도 등재 결정 직후부터 강제동원·강제노동을 부인했고, 이후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지속적인 여론전을 펼쳐왔다”며 “이번 세계유산위원회에서도 일본 대표는 강제노역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고, ‘한반도 출신 노동자’라는 용어를 사용해 강제성을 재차 부정했다”고 지적했다.

우 의장은 “그런데도 정부는 이를 용인하고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에 동의했다. 불법 식민지배와 강제동원의 피해국인 ‘대한민국 정부’로서 합당한 대응을 촉구한 국회의 결정에 정면으로 반할 뿐만 아니라 국민적 상식과 보편적 역사 인식에서 크게 벗어났다”며 “매우 잘못된 일이다. 심각하고 강력한 유감의 뜻을 밝힌다”고 했다.

이어 “강제동원·강제노동은 피해자들이 자신의 인생을 걸고 밝혀온 역사다. 그 누구에게도 이를 부정할 권한은 없다”며 “등재 동의가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조치였다면, 더더욱 잘못됐다. 미래지향적 한일관계의 발전과도 거리가 멀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우 의장은 정부에 “사도광산 등재를 둘러싼 외교협상의 과정과 내용, 전모를 공개하기 바란다”고 했다.

우 의장은 “정부가 밝힌 등재 동의 사유는 국민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 정부의 설명과 국민이 눈으로 확인하는 사실이 다르기 때문”이라며 “일본 정부의 선제조치라는 아이카와 향토박물관 설치 자료만 봐도 그렇다. 가혹한 노동 환경과 생활상을 소개하고는 있지만, 우리가 제기하는 문제의 핵심인 강제동원, 강제노동 피해라는 사실은 없다. 모르고 등재에 동의했다면 외교협상의 실패이고, 알고도 동의했다면 더 큰 문제”라고 했다.

이어 “전시내용에 대한 사전합의가 있었다는 일본언론의 보도를 비롯해 여러 의문이 제기된다. ‘군함도 권고 미이행에 대해서는 어떤 조치를 취했는가, 사도광산 등재에 대해서는 일본 정부에 무엇을 요구했고 무엇을 확인했는가, 유네스코 회원국 상대로는 어떤 노력을 했는가.’, 이 외에도 정부가 답해야 할 질문이 많다”며 “정부는 답변을 거부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 의장은 또 “강제동원 피해자 명부 제공을 일본 정부에 요청하기 바란다”고도 했다.

우 의장은 “숱한 사람들이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강제로 노동자, 군인·군속으로 끌려갔다. 굶고 매 맞고 다치고 죽은 사람이 부지기수였고, 아직까지 돌아오지 못한 희생자 유골도 있다”며 “그렇지만 누가 어디서 얼마나 어디로 끌려갔는지, 어디서 어떻게 희생당했는지, 그 실태와 진실은 아직 다 밝혀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올해부터 사도광산 추도식을 열겠다는 일본 정부의 약속에 의미를 뒀다. 추도식에 앞서 누구를 추도하는지부터 확인해야 하지 않겠나”라며 “사도광산이 위치한 니가타현 현립문서관에 있는 ‘반도노무자 명부’ 제공을 요청하기 바란다”고 했다. 또 “강제동원 실태를 확인해줄 자료인 유초은행 소장 한국인 노동자 통장도 인계받아야 한다. 그것이 ‘사도광산 유산 등재에 ‘전체 역사’가 반영돼야 한다는 점을 일관되게 주장’했다고 한 정부의 설명에도 부합한다”고 했다.

우 의장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은 그 유산이 현저한 보편적 가치를 지난 인류 공동의 유산이라는 것을 의미한다”며 “강제노동한 현장인 군함도와 사도광산이 미래세대에까지 물려줘야 할 유산이 되려면 강제동원의 역사가 분명히 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강제동원 피해의 원상회복은 불가능하지만, 이를 대신하는 배상과 진실을 기억할 의무는 우리의 의지에 달려있다. 국회가 해야 할 일을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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