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심아란 기자] 투자자 불안심리가 국내 증시의 주요 지표를 끌어내리자 인수합병(M&A) 업계 역시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M&A 시장은 침체기를 지나 거래 회복 조짐을 보였으나 불안정한 증시는 매도자와 매수자 간 밸류에이션 갭(격차)을 확대하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사모시장은 투자자 심리가 후행적으로 반영되는 만큼 아직 우려할 수준은 아니며 투자 비용을 좌우하는 금리가 거래 활성화의 관건으로 지목되고 있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코스피지수는 234.64포인트 하락하면서 역대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코스닥 역시 종가 기준 작년 1월 10일 이후 처음으로 700선이 무너졌다. 거래소는 2020년 이후 4년 만에 코스피와 코스닥 동시에 서킷 브레이커(매매거래 중단)를 발동하며 변동성 진화에 나섰다.
미국 경제지표 부진으로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되고 대형기술주 실적 부진 등이 국내 투자자의 불안감을 높이는 상황이다. 물론 전문가들은 이번 증시 낙폭이 경기의 실질 대비 과도하다고 판단하지만 앞으로 상황을 마냥 낙관할 수만은 없다고 평가한다.
시장 관계자는 “연준이 금리인하 시기를 앞당겨 시장에 개입할 수도 있어 단기적으로는 반등할 수 있지만 미국 경기지표, 중동 전쟁의 불확실성 이유로 반등 이후 추세가 지속적으로 상승할지는 판단하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전통자산 시장이 흔들리면서 대체투자 시장 참여자들도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사모시장에서 마련한 자금으로 M&A에 참여하는 사모펀드(PEF) 업계에서도 출렁이는 증시는 부담 요소다.
당장 상장사 매물의 경우 증시 변동성이 커질수록 매수인과 매도인이 적정 가치를 합의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외부 요인으로 자산이 저평가된 상태여도 매수인 눈높이는 시가에 머무를 개연성이 높다. 매도인 측에서 투자 원금과 기회비용 등을 고려하면 눈높이를 낮출 수도 없는 상황이다. 밸류 간격이 좁혀지지 않을 경우 협상이 장기화되거나 거래가 불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2년간 M&A 시장이 침체된 것도 밸류에이션 갭의 영향이 컸다.
PE가 시가와 괴리가 큰 상장사를 인수할 경우 펀드 평가손실이 최대 걸림돌로 꼽힌다. 비상장사도 상장사 유사기업의 주가를 기준점으로 평가가치가 산출되므로 시장가격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현재 M&A 거래가 진전된 딜로는 에코비트, 효성화학 특수가스사업부, 한온시스템, 한양증권 등이 꼽히며 잠재 매물로는 케이카, 롯데손해보험, 하나투어 등이 있다. 에코비트는 본입찰 앞두고 있으며 효성화학과 한양증권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후 본격적인 협상과 실사를 이어가고 있다.
투자은행 업계 관계자는 “주식에 비해 투자 심리가 가격에 후행적으로 반영되는 사모시장 특성상 당장 거래 침체 등이 가시화되진 않을 것”이라며 “경기침체로 금리인하 가능성은 커진 만큼 조달 비용 측면에서는 긍정적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