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에서 최근 화제가 됐던 최화정의 비빔면 관련 콘텐츠 영상 중 한 장면. [유튜브 캡처] |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국물이 없는 비빔면짜장라면의 인기가 전통 강자인 국물 라면의 지위를 위협하고 있다. 수출 부문에서 강세를 보인 비(非)국물 라면이 편의점 신제품으로 빈번하게 등장하는 현상도 같은 맥락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의 올해 상반기 기준 국물 라면과 비국물 라면 매출 비중은 각각 55%, 45%로 나타났다. 업계가 판단하는 국물 라면의 비중(70~80%)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이마트 비국물 라면의 매출 비중은 2021년 28%였으나 2022년(41%), 2023년(40%)을 지나며 껑충 뛰었다. 짜장, 비빔, 볶음, 비빔냉면류 등이 대표적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보통 먹던 라면을 찾는 소비 패턴을 고려하면 국물 라면류가 여전히 잘 나간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며 “반면 비국물 라면류는 꾸준한 신상품 출시와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중심으로 한 열풍으로 판매 비중이 계속 확대 중”이라고 진단했다.
서울 한 편의점에서 외국인이 라면을 고르고 있다. [연합] |
농심이 2024파리올림픽을 맞아 현지 까르푸 매장에서 신라면을 테마로 마련한 팝업스토어 모습.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
비국물 라면의 성장판은 활짝 열렸다. 특히 비빔면 판매가 심상찮다.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비빔면 매출은 10년 전 소매점 기준 연간 728억7700만원에서 지난해(마켓링크 기준) 3009억9300만원으로 4배 규모로 커졌다. 같은 기간 짜장라면은 33%, 일반라면은 5.38% 성장에 그쳤다.
농심 관계자는 “비국물 라면 시장의 발전 가능성을 고려해 계속 신제품을 개발해 선보이고 있다”며 “다만 매출 비중은 유통사의 행사와 다른 신제품 출시의 영향으로 차이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식문화 변화는 물론, 라면의 1위 판매 채널이 2018년부터 편의점으로 바뀐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라면시장 채널별 점유율은 편의점(29%), 대형마트(23%), 독립슈퍼(22%) 순이었다. 구체적으로 편의점 라면 매출은 2013년 3525억원에서 지난해 6962억원으로 2배가 됐다.
제조사와 편의점은 젊은 연령대가 선호하는 볶음면과 비빔면류 입점을 계속 늘리고 있다. 농심이 올해 편의점 채널을 겨냥해 풋팡퐁구리, 김치짜구리 등 일명 짜글이 스타일의 신제품을 내놓은 것이 대표적이다.
올해 농심의 신제품 푸팟퐁구리(왼쪽)와 김치짜구리. [농심 제공] |
외국인 관광객들이 불닭볶음면과 소스를 들고 있는 모습 [삼양식품 제공] |
라면 제조사의 달라진 전략도 감지된다. 작년 농심이 선보인 신제품 11종 가운데 4종(파스타랑알리올리오, 배홍동쫄쫄면, 마계면, 하얀짜파게티 봉지면(이마트 공동기획))가 비국물 라면이었다. 올해 상반기에는 짜파게티 더 블랙, 별미볶음면 매콤찜닭맛, 마라샹구리 등 신제품 10종 중 6종이 국물 없는 라면이었다. 오뚜기는 올해 신제품 3종 중 2종(마슐랭 마라샹궈, 카레크림볶음면)을 비국물 라면으로 선보였다.
비국물 라면은 수출까지 주도하고 있다. 불닭볶음면이 닦은 길을 새로운 제품들이 따르는 모양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라면은 지난달 기준(잠정) 누적 약 7억달러의 수출액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 실적을 경신했다. 불닭볶음면 등 비국물 라면 판매 호조로 삼양식품은 올해 업계 1위였던 농심을 제치고, 1위 자리를 수성하고 있다. 이날 기준 삼양식품의 시가 총액은 4조3014억원에 달한다. 농심(2조7250억원)의 약 1.6배다. 다만 전체 매출 규모는 농심이 삼양식품을 압도한다.
편의점 업계도 비국물 라면의 성장세를 주시하고 있다. GS25에서는 비빔/볶음라면류의 매출 신장률이 지난해와 올해 1~7월 각각 27.1%, 25.3%를 기록했다. 김대종 GS리테일 라면MD는 “자신만의 레시피로 조합해 새로운 맛을 즐기는 트렌드인 ‘모디슈머 트렌드’가 더해져 비빔·볶음라면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