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 상반기에만 377.3억불 흑자…R의 공포 막을까

부산항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 하는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올 상반기에만 370억달러(약 50조8600억원) 이상 흑자를 기록했다. 당초 전망치보다 약 100억달러를 상회하는 규모다. 반도체 수출이 6월 한달 역대 최고치를 달성하는 등 수출이 늘어난 반면, 수입이 감소한 덕이 컸다.

한국은행은 경상수지 흑자 폭은 감소할 수 있지만, 흑자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봤다. 이에 따라 오는 22일 발표될 수정경제전망에선, 올해 전망치(경상수지 600억달러 흑자)가 상향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경상수지 흑자, 예상보다 100억달러 더 컸다

한은이 7일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누적 경상수지는 377억3000만달러로 나타났다. 2021년 하반기 이후 최대 흑자로 지난해 같은 기간(11억5000만달러)의 32.8배에 달한다.

기존 경상수지 전망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한은은 지난 5월 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상반기 279억달러를 기록할 것이라고 봤다. 그런데 실제 상반기 흑자 수준은 100억달러 가깝게 더 많았다.

하반기 흑자 수준이 기존 전망치인 321억달러를 기록한다고 가정하면 올해 경상수지 흑자는 연간으로 700억달러에 육박하게 된다. 하반기에도 예상치를 웃도는 수출 호조세가 지속된다면 경상수지 흑자폭은 이보다도 더 커질 수 있다.

수출 호조세는 대부분 반도체 경기 호조에 기인했다. 수출 증가세를 품목별로 살펴보면 반도체는 지난해 6월 대비 50.4% 늘어났다. 정보통신기기(26.0%), 석유제품(8.5%), 승용차(0.5%) 등도 증가했다. 지역별로 보면 동남아(27.9%), 미국(14.8%), 중국(1.8%) 등으로의 수출이 호조를 보였다.

송재창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하반기 글로벌 제조업 경기 개선에 따른 수출 호조가 지속되고, 투자 소득도 양호한 수준으로 유입되면서 당분간 흑자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 “美 침체 아직까지 판단 어려워”…급격 위축까진 아니다

다만 경상수지 흑자 폭은 축소될 수 있다. 미국 경기와 인공지능(AI) 투자 둔화 가능성, 주요국 통화정책 방향 및 지정학적 리스크 등이 부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 수출 확대가 상반기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키운 것을 감안하면, 최근 부각된 미국의 고용지표 악화로 커진 경기 악화 우려는 우리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송재창 부장은 “미국으로의 수출 비중이 높아지고 있고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호조를 보이는 것을 고려할 때, 미국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송 부장은 “하지만 (미국의) 고용 및 제조업 관련 지표만으로 경기침체를 예단하기 어렵고, 그 영향은 지금 주식시장에 국한되고 있다”면서 “각종 경제지표와 기업 실적을 지켜본 뒤 국내 경상수지 등에 미칠 영향을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AI ‘피크아웃(정점통과)’에 대한 우려도 현재까진 투자가 급격하게 위축되거나, 실물 부분으로 영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정도는 아니다”며 “AI 산업 전반에 대한 투자 기조가 급격 위축될 수 있는 정도까지 나아가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내수 회복에 수입 다시 늘어날 수…상품수지 흑자 규모 줄 수 있다

당초 한은은 상반기보다 하반기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더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상반기 예상 밖 흑자를 기록하면서 하반기에도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우선 감소추세를 보이던 수입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수입은 원자재 가격 하락과 내수 회복 지연에 따른 자연재 및 소비재 수입이 줄면서 감소했다. 여기에 반도체 제조용 장비 투자가 이연되고 항공기 수입이 지연된 업종별 특이 요인도 작용했다.

다만 내수회복으로 인한 수입 증대는 경상수지 흑자 감소분을 내수 증가분이 상쇄하는 경향이 있어 절대적인 경기 악화 요인으로 보긴 어렵다. 전반적인 경기 회복세에 대한 부담으로 작용하진 않는단 것이다.

송 부장은 “수입 감소세가 하반기엔 완화하지 않을까 예상한다”며 “반도체 설비 투자가 6월부터 재개가 되고 있고, 7월부터는 항공기도 도입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설비투자와 소비는 속도 차이가 있긴 하겠으나 그 회복흐름에 있다고 보는 것이 한은의 기본 입장”이라며 “이에 경상수지 흑자폭은 상반기에 비해서 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통관 기준 무역수지에 따르면 6월엔 상품 수입이 전년동월대비 7.5% 감소했으나, 7월엔 10.5%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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