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대한항공 제공] |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의 핵심 절차로 꼽혀온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매각에 속도를 낸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통해 글로벌 ‘메가캐리어(초대형 항공사)’로 도약하고, 국내 항공 역사를 새로 쓰겠다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숙원 달성이 성큼 다가왔다는 평가다.
7일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인수 후보자인 에어인천과 매각 기본합의서(MA)를 체결한다. 당초 양측은 지난달까지 인수 계약을 마무리할 계획이었으나, 실사 작업이 다소 길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대한항공은 이번 합의서 체결을 토대로 연내 유럽연합(EU) 경쟁당국으로부터 최종 심사 승인을 받을 계획이다. EU는 지난 2월 양사의 기업결합 승인을 허가하면서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 분리 매각, 여객 4개 중복 노선에 대한 신규 항공사의 노선 진입 지원 등 2가지를 조건으로 내걸었다.
이에 대한항공은 신규 진입 항공사에 지원을 이어감과 동시에 지난 6월 에어인천을 화물사업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협의를 진행해 왔다.
대한항공은 EU와 미국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 절차가 마무리되면 에어인천과 최종 분리매각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이번 과정이 순조롭게 마무리되면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기반 절차를 모두 마치게 된다. 대한항공은 2021년 1월 14일 이후 총 14개 경쟁당국에 기업결합 신고를 한 바 있다.
메가캐리어 달성이라는 조 회장의 꿈도 본격화한다. 조 회장은 두 회사의 인수합병을 두고 “단순히 두 항공사를 합치는 것이 아닌 대한민국 항공업계를 재편하고, 항공 역사를 새로 쓰는 시대적 과업인 만큼 흔들리지 않고 나아갈 생각”이라고 강조한바 있다.
인천국제공항 전망대에서 바라본 공항 계류장.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나란히 서있다. [연합] |
대한항공은 올해 내 인수합병 관련 절차를 마무리 짓고, 향후 2년 동안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두고 통합 작업을 거칠 계획이다. 이후 두 회사를 단일 브랜드로 운영하며 규모의 경제를 달성, 보다 합리적인 스케줄의 노선 운영에 나선다는 복안이다.
여유 기재는 신규 취항지에 투입해 고객 선택의 폭을 넓힐 예정이며, 양사의 인력 교류 등에 대해서도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으로 국내 항공업계 전반에도 지각변동이 생길 것으로 점쳐진다. 36년간 이어져 온 양대 대형항공사(FSC) 체제가 단일 메가캐리어 체제로 전환되고, 저비용항공사(LCC) 간 통합 물결도 거세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의 자회사인 진에어,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에어부산·에어서울을 결합한 ‘통합 LCC’가 출범이 유력할 것으로 예상한다. 기존 LCC 1위인 제주항공을 비롯해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을 위해 내놓은 유럽 노선(파리·로마·바르셀로나·프랑크푸르트)을 물려받은 티웨이항공 간의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항공 화물사업 부문에서는 에어인천이 단숨에 국내 2위권 업체로 뛰어오르게 된다. 에어인천은 2012년 설립된 국내 유일의 항공화물 전용 항공사다. 지난해 기준 에어인천과 아시아나항공(72만5000t)의 국제 항공화물 수송 실적을 합하면 76만t 이상이다. 인수 후 에어인천의 화물 수송 실적은 1위 대한항공(지난해 146만4000t)에 이은 2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