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군 훈련병도 주말과 공휴일에 휴대폰을 쓸 수 있게 된다. 국방부는 현행 ‘일과 후 병 휴대전화 사용 정책’을 보완해 9월 1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자료사진. [게티이미지뱅크] |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군 병사들의 제한적 휴대폰 사용이 허용된 지 4년이 된 가운데 복무 여건과 병영문화 개선, 소통 확대, 부대·병력 관리 등 긍정적 효과가 있지만 일탈행위도 적지 않게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작년까지 병사들의 휴대폰 관련 위반행위는 총 3만7810건에 달한다.
비인가 휴대폰 반입과 보안앱 임의해제 등 보안 위반과 미반납, 사용시간 미준수 등 사용수칙 위반, 통신데이터 요구와 다른 병사의 휴대폰 무단열람, 사용 등 타인의 권리 침해 등 위반 행태도 다양했다.
입대 전후 불법사이트에 접속해 억대 배팅·손실 등 불법도박 사례도 적발됐다.
억대 불법도박을 하면서 도박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다른 병사들로부터 금전을 빼앗고, 불법 도박사이트를 통해 수회에 걸쳐 배팅하거나 휴대폰 유심(USIM)을 자신의 명의로 개통한 뒤 판매한 전기통신법 위반도 있었다.
특히 심각한 디지털성폭력까지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한 병사는 사회관계망(SNS)을 통해 알게 된 미성년자를 협박해 나체 사진 등 영상 촬영을 요구해 전송받아 적발됐다.
생활관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는 동료 병사의 사진을 촬영해 중대원이 함게 있는 채팅방에 유포한 사례도 있었다.
또 체력단련실 등에서 자신의 신체를 휴대폰으로 촬영해 SNS 게시 유포한 사례도 적발됐다.
국방부가 지난 2월부터 6월까지 육·해·공군, 해병대, 직할부대 등 15개 부대를 대상으로 진행한 병영문화혁신 지도방문 때는 “휴대폰 사용으로 긍정적인 면이 있지만 일과시간까지 소지시간을 확대하는 것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아무리 제재 수단을 강구해도 병사들은 이를 피해가는 방법을 찾아내고 있다”는 등의 간부들의 의견이 쏟아졌다.
한 군 간부는 “교육·훈련에 지장을 주고 위반 사례도 계속 발생해 휴대폰 소지시간을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45개 부대와 모든 훈련소를 대상으로 실시한 3차 시범운영 때는 근무와 교육훈련, 취침 시를 제외한 아침점호가 끝난 뒤부터 오후 9시까지 병사들의 휴대폰 소지를 허용했다.
이 기간 일과 중 휴대폰 소지·사용 기준을 구체화하고, 사용수칙을 위반하면 기존 사용제재만 하던 데서 사용제재 또는 외출·외박 제한까지 가능하도록 했다.
특히 보안규정과 법령 등을 위반할 때는 기존 사용제재 또는 징계처분에서 징계처분만 할 수 있도록 강화했다.
국방부는 이 같은 조치에도 불구하고 시범운영 결과 군 본연의 임무 수행에 부정적 영향이 우려되는 요인들이 식별됐다고 지적했다.
처벌을 강화했지만 사용수칙 위반 건수는 시범운영 전 1014건, 시범운영 기간 1005건으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육군의 경우 시범운영 전 431건이었으나 처벌을 강화한 시범운영 기간 587건으로 되레 늘어났다.
이에 국방부는 평일 오후 6시부터 9시, 휴일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9시까지 휴대폰을 소지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현행 ‘일과 후 병 휴대전화 사용 정책’을 유지하기로 했다.
군은 지난 2020년 7월부터 평일 일과 후와 휴일 병사들의 휴대폰 소지와 사용을 허용하고 있다.
다만 훈련병과 군병원 입원환자 등에 대한 휴대폰 사용 시간을 확대된다.
우선 이전까지 휴대폰을 사용할 수 없었던 훈련병은 주말과 공휴일 1시간 사용이 가능해진다.
국방부는 이를 통해 가정과 원활한 소통, 고립감 해소, 그리고 내일준비적금 가입과 인터넷 편지 출력 부담 경감 등 행정업무가 보다 원활해질 것으로 기대했다.
또 군병원 입원환자의 경우 원소속 부대 및 가정과의 소통, 보호자 동의 등 의료처치 단계에서 효율적 환자관리, 그리고 입원생활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평일과 휴일(08:30~21:00) 휴대폰 사용이 가능해진다.
국방부는 이 같은 내용의 ‘일과 후 병 휴대전화 사용 정책’을 오는 9월 1일부터 시행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