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필리핀 외교장관 회담 “수교 75주년, 관계 격상 위해 협력”

조태열 외교부 장관(오른쪽)이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한-필리핀 외교장관 회담에서 엔리케 마날로 필리핀 외교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7일 엔리케 마날로 필리핀 외교장관과 회담에서 수교 75주년을 맞은 양국이 올해 중 관계 격상을 위해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조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마날로 장관과 회담을 열고 ▷외교안보 ▷경제 ▷인적교류·영사 분야 강화 방안 ▷한반도 문제 포함 주요 지역·국제 정세 등을 논의했다.

조 장관은 “필리핀이 동남아 국가 가운데 우리의 첫 수교국이자 6·25 전쟁 당시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최대 규모의 병력(7420명)을 파병해 준 혈맹”이라며 “앞으로도 공고한 유대와 신뢰를 토대로 관계를 한층 더 강화해 나가자”고 밝혔다.

조 장관은 인태지역 내 지정학적 요충지에 위치한 한국과 필리핀이 역내 평화와 번영을 위해 전략적 소통과 협력을 강화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조 장관은 특히 한국산 호위함이 필리핀의 전력 강화에 기여하고 있다면서, 필리핀의 방위력 증강사업에 한국 기업이 계속 참여할 수 있기를 희망했다. 양국은 올해 11월 제3차 한-필리핀 해양대화를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양 장관은 지난해 9월 서명된 한-필리핀 FTA의 혜택을 양국 국민과 기업이 누릴 수 있도록 조속한 비준과 발효를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조 장관은 “200여 한국 기업이 필리핀 내 다양한 분야에 진출해 있다”면서 “필리핀 정부가 추진 중인 대규모 교량 및 고속도로 등 인프라 건설사업에 우수한 우리 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해달라”고 당부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한-필리핀 외교장관 회담에서 엔리케 마날로 필리핀 외교장관과 대화 하고 있다. [연합]

조 장관은 쌀 공급 부족을 겪고 있는 필리핀을 위해 아세안+3(한중일) 차원의 쌀 공여와 함께 다목적 댐 등 인프라 구축과 농업 기계화 등을 통해 필리핀의 쌀 생산성 향상을 지원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마날로 장관은 한국의 지원에 감사를 표하고, 현재 필리핀 내 추진 중인 한국 농기계 산업단지 설립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했다.

조 장관은 우리의 중점 개발협력 파트너인 필리핀에 대해 스마트 대중교통 체계 구축, 공공분야 디지털화 사업 등 필리핀의 신규 수요분야를 중점 지원해 나가겠다고 했다.

특히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 지역에 대한 개발협력사업을 지속함으로써 민다나오 평화 프로세스의 이행도 지원해 나가겠다고 했다.

또한 조 장관은 합리적인 에너지 믹스를 위한 필수 에너지원으로서 원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향후 필리핀의 원전 개발에 있어 한국이 최적의 파트너가 되기를 희망했다.

영사 문제와 관련해 조 장관은 지난해 필리핀을 방문한 외국인 가운데 최다 인원(145만명)인 우리 국민들이 안전하게 여행하고 체류할 수 있도록 필리핀 정부의 각별한 관심과 지원을 당부했다.

특히 우리 기업인 살인사건 관련 최근 필리핀 법원의 항소심 결과를 평가하면서 정의 실현을 위한 필리핀측의 협조를 요청했다.

주요 지역·글로벌 정세에 관련해 조 장관은 북한의 복합도발과 러북간 불법적 군사협력이 한반도뿐만 아니라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고 있는데 우려를 표했다.

조 장관은 그간 필리핀이 북한의 긴장고조 행위 중단 및 안보리 결의 준수 촉구 등 단호한 메시지를 발신해온 것을 높이 평가하고, 아세안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분명하고 단합된 대북 메시지를 발신할 수 있도록 필리핀의 적극적인 역할과 지원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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