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배터리’에 진땀 뺀 벤츠, ‘K-배터리’로 눈 돌릴까 [여車저車]

5일 오후 인천 서구 청라동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전소된 벤츠 전기차가 옮겨지는 모습. [뉴시스]

[헤럴드경제=서재근 기자] 최근 인천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일어난 전기차 화재 사고의 후폭풍이 확산하는 가운데 메르세데스-벤츠(이하 벤츠)가 중국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중심의 ‘수익성 제고’ 전략에 변화를 꾀하고,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과 파트너십 확장에 나설지 관심이 쏠린다.

화재가 난 벤츠 전기차에 중국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파라시스 에너지(이하 파라시스)의 제품이 탑재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국산 배터리 안전성을 우려하는 시선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8일 국토교통부와 배터리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1일 인천 서구 한 아파트 단지 지하주차장에 주차 중이던 벤츠 중형 전기 세단 ‘EQE’ 차량에 불이 붙으면서 큰 화재로 번졌다. 이 화재로 주민 23명이 병원치료를 받았고, 차량 40여 대가 불에 타고 100여 대가 그을리는 등 피해를 입었다.

국토부 조사 결과 화재 차량에 탑재된 배터리 셀은 현지 시장 10위 업체인 중국 파라시스의 제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배터리는 니켈·코발트·망간(NCM) 타입으로 정확한 모델명은 알려지지 않았다. 파라시스는 작년 글로벌 배터리 매출과 출하량 기준 세계 10위 업체다.

특히 이번 화재로 벤츠의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 구조도 덩달아 도마에 올랐다. 2020년 벤츠 모회사인 다임러그룹은 중국 1위 배터리 회사인 CATL과 향후 출시되는 전기차에 CATL 배터리를 우선 사용하는 내용을 합의했다. 최근 3년간 출시된 ‘EQE’와 ‘EQS’를 비롯해 벤츠, 최상위 전기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EQS SUV’ 등 현재 벤츠 전기차 주력 모델 대다수가 중국 CATL 배터리를 탑재했다.

때문에 이번 화재 발생 초반에는 사고 차량에 중국 1위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인 CATL 배터리 셀이 탑재된 것으로 잘못 알려지기도 했다. 이를 두고 자동차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과 SNS 등에는 “소비자가 전기차에 어떤 배터리가 장착됐는지 제대로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소비자의 알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화재 사고 여파로 벤츠가 배터리 공급사 우선 순위에서 제외했던 한국산 배터리 공급을 늘려 나갈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각사 제공]

특히 EQE 모델에 CATL과 파라시스 공급 비율은 약 4대 6으로, 이번에 화재가 발생한 파라시스 제품 비중이 과반을 차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더욱이 파리시스의 경우 과거 배터리 셀 품질 이슈가 잇따라 발생한 바 있다. 앞서 지난 2021년 중국 베이징자동차그룹(BAIC)은 파라시스 배터리에 대해 “화재 발생 가능성이 있다”며 이를 탑재한 전기차 3만여 대를 리콜 조치했다.

이어 같은 해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SAMR)은 배터리 결함을 이유로 파라시스 배터리의 창청자동차의 전기차 ‘오라 IQ’ 1만6216대에 대해 리콜 조치한 바 있다. 해당 전기차의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의 경우 소프트웨어가 배터리를 제대로 제어하지 못해 장기적으로 배터리 성능이 하락, 극단적 상황에서 배터리 과열로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EQE에 장착되고 있는 CATL의 NCM811 배터리 역시 화재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2020년 해당 배터리를 탑재한 중국 샤오펑모터스 전기차와 광저우전기차의 아이온S 등 에서 잇따라 화재가 발생한 바 았다.

업계에서는 벤츠가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고 기술력이 떨어지는 중국산 각형 하이니켈 배터리를 선택한 것을 두고 ‘수익성 확보’ 중심의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전기차 제조사로서는 광산부터 전구체는 물론 양극재까지 전기차 배터리 전 밸류체인을 수직 계열화하는 데 성공한 CATL의 가격 경쟁력이 한국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대비 매력적인 선택지였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번 화재로 중국산 배터리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진 만큼 벤츠와 중국 배터리 업체 간 밀월 관계에도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배터리 화재 소식이 잇달아 들려오면서 2011년을 기점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해 온 중국 배터리기업들이 고속 성장에만 집중하면서 ‘안전 불감증’이 생긴 것 아니냐는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라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벤츠가 배터리 공급사 우선순위에서 제외했던 한국 배터리 공급을 늘려 나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배터리 3사의 경우, SK온과 LG에너지솔루션이 벤츠 모델 일부에 배터리를 납품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SK온은 ‘EQA’와 ‘EQB’ 등 소형 전기 SUV를 중심으로 전체 배터리 판매량의 약 10%,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판매량의 5% 미만을 벤츠에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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