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증시 폭락 여파로 반대매매 금액이 9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가운데 차액결제계좌(CFD) 반대매매 폭탄이 증시 악재로 재부상했다. 신용거래는 비교적 잠잠한 반면, CFD 잔고는 최근 두달 사이 코스닥 시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 CFD 투자 문턱을 높이면서 우회한 ‘빚투(빚내서 투자)’ 수요가 초단기 외상 주식 거래인 미수거래로 둥지를 틀면서 개인 반대매매 물량이 터져 나왔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는 주식시장이 또 한번 출렁일 때 매도 물량이 쏟아지고 하방 압력을 키우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잠잠했던 CFD 다시 혈기…“변동성 키워”=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6일 기준 CFD 잔고 금액(국내 및 해외 주식 합산)은 1조1957억원으로 집계됐다. 국내 증시가 대폭락한 ‘블랙먼데이’를 맞은 지난 5일에는 1조2000억원(1조2121억원)을 웃돌았다. 이는 연중 최고치인 7월 10일(1조2271억원) 잔고와도 비슷한 수치다. 지난 5월 29일(1조171억원)과 비교하면 두달여만에 19%나 급증한 것이다. 지난해 CFD 영업 재개 하루 전인 지난해 8월 31일(1조2726억 원) 수준까지 회복한 모습이다.
CFD는 실제 주식을 보유하지 않고 주식 가격변동 위험에 투자해 차액을 얻을 수 있는 장외 파생상품으로, 증거금을 내고 차입(레버리지) 투자를 하는 데 쓰인다. 지난해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무더기 주가 폭락 사태의 진원지로 지목된 배경이다. 폭락 사태 이후 금융당국은 투자자 요건을 높이면서 잔고는 1조원대로 줄어들기도 했다. 하지만 거래 재개 이후 증권사들의 수수료 인하 마케팅에 미국 CFD 투자 수요가 더해지면서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
올 들어 국내 주식 대상 CFD 잔고도 빠르게 늘고 있다. 해외 주식을 제외한 국내 주식 대상 CFD 잔고는 9823억원으로, 지난 6월 초(8822억원) 대비 1000억원 넘게 늘었다. 특히 코스닥 CFD 잔고 증가세가 가파르다. 6월 3일 4169억원, 7월 1일 4510억원, 8월 5일 4910억원 등으로 매달 꾸준히 늘어나는 모습이다. 불과 한 달 전 550억원 넘게 벌어졌던 코스피와 코스닥의 CFD의 잔고 격차는 이제는 37억원까지 좁힌 상태다.
▶증시 급락에 반대매매 급증…“악순환 우려”=최근 급락장 여파로 CFD 반대매매 물량이 증시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신용거래 반대매매 물량이 개장과 동시에 나온다면, CFD 반대매매 물량이 장중 나와 시장 하락을 부추길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역대급 하락장이 휩쓸고간 지난 6일 투자자들 사이에선 ‘증권사별 CFD 반대매매 시간표’까지 도는 장면도 연출됐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6일 장중에 상당한 (CFD) 매물 물량이 나온 걸로 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최근 미수거래의 반대매매가 급증한 배경엔 지난해 9월 금융당국이 개인의 CFD 투자 진입 장벽을 높이면서 빚투 수요가 옮겨간 영향도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미수거래는 개인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하고 난 뒤 2영업일 뒤인 실제 결제일(T+2일) 안에 결제대금을 갚는 초단기 외상 거래다. 지난 6일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 금액은 433억원로, 이는 지난해 11월 영풍제지 사태 이후 최고치다. 이날은 장기간 시세 조종 타깃이 된 영풍제지의 7거래일 연속 하한가가 풀리며 증권사가 반대매매로 내놓은 주식 물량이 대거 강제 청산된 날이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최근 코스닥 시장을 중심으로 CFD 잔고가 늘어난 건 아무래도 투기적 수요가 커진 영향도 있을 것”이라며 “코스닥 시장의 낙폭이 유독 컸던 배경 역시 미수거래나 CFD발 반대매매 물량 압력이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증시가 추가 하락할 때는 추가로 반대물량이 나오면서 낙폭을 키우는 악순환을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