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무진한 22兆 시장, ‘메이드 인 코리아’ 뷰티도 뛴다 [Hello India]

인도의 뷰티 전문 오프라인 매장 티라의 모습 [리메세 제공]

“2023년 4월부터 2024년 5월까지 인도 수입화장품 수출 국가 중 한국이 2위를 차지했습니다. 바이어와 소비자의 K-뷰티 인지도가 높아진 영향이죠. 한국산 색조 화장품이 인도에 통하지 않을 거란 편견도 사라졌습니다.” (한득천 유통업체 리메세 대표)

‘한류 불모지’로 불렸던 인도 시장에 K-뷰티가 빠르게 침투하고 있다. 세계 1위 인구와 성장 잠재력을 가진 인도로 향했던 한국 업체도 높은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2016년 설립된 한국 화장품 유통업체인 리메세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매출 147억원을 기록하며 3년간 9배 이상 성장했다.

한 대표는 지난 2일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올해 상반기 매출이 120억원이었는데 이 추세라면 올해 연 매출은 전년 대비 2배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최근에는 리메세를 통해 1위 뷰티 채널인 나이카(Nykaa) 오프라인 매장에 롬앤 등 한국 화장품이 판매되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 뷰티 시장은 지난해 기준 163억1900만달러(22조4190억원) 규모다. 미국, 중국, 일본 다음으로 4번째로 크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현지 뷰티 시장 규모는 내년 167억7060만달러(약23조394억원)에서 4년 후 2028년에는 186억3660만달러(약25조5992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의 중위연령이 28세라는 점도 업계가 주목하는 대목이다.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인구가 25세 미만의 젊은 세대다. 시시각각 바뀌는 유행에 민감하고, 온라인 쇼핑이 익숙한 이들은 이커머스를 통한 K-뷰티 구매에도 열린 시각을 갖고 있다.

대학원 시절, 인도에서 교환학생으로 생활한 한 대표는 이런 잠재력을 보고 사업을 결심했다. K-뷰티 열풍도 호재였다. 인도 현지 높은 습도와 공기오염으로 피부 트러블을 고민하는 소비자가 많아지면서 한국 화장품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레 커졌다. 현지 업계도 주목했다. ‘인도의 올리브영’으로 불리는 나이카는 지난해 11월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현지 화장품 유통망 입점 세미나를 개최하기도 했다.

다만 인도 뷰티 시장은 아시아권 대비 스킨케어 시장 비중이 작다. 지난해 기준 인도 뷰티 시장에서 스킨케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16%였다. 40~50%에 달하는 한국·중국과 차이가 크다. 대신 인도에서는 헤어, 바디용품 등 기타 제품의 비중이 75%에 달한다. 색조 화장품 비중 역시 9%에 불과해 관련 업체들이 진입조차 엄두를 못 냈던 국가로 인식했다.

홍희정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 뷰티·패션 수석 연구원은 “인도는 목욕 관련 제품 비중이 전체의 24%, 헤어 케어가 22%로 한국의 두 배를 넘는다”며 “해당 부문에 특화된 브랜드라면 인도 시장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지난해 인도 뷰티업계에 나온 신제품 35%가 페이셜 스킨케어 품목이었다”면서 “전체 10%대 비중인 품목에서 신제품이 잇달아 나왔다는 건 긍정적인 성장 신호”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현재 한국 화장품 중 스킨케어가 강세지만 점점 한국산 바디, 헤어, 색조 화장품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면서 “사업 초기였던 약 10년 전과 대비해 인도 고객들은 가격이 높아도 품질이 좋으면 구입하는 형태로 시장이 진화했다”고 분석했다.

이런 변화에 맞춰 한국의 뷰티 대기업들도 K-뷰티 알리기에 힘을 쏟고 있다. 현지 유통채널에 입점을 늘리고 현지 온·오프라인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성장판을 키우는 추세다. 인도 법인을 운영 중인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상반기 기준 인도 멀티브랜드숍(MBS) 채널 총 311곳에 입점했다. 이는 전년 동기 188개에서 123개 늘어난 규모다. 지난달 진행한 나이카 ‘핫 핑크 세일(연 4회 열리는 한국의 올리브영세일 같은 행사)’에서는 지난해 동월 캠페인 대비 전 브랜드 매출액이 114% 성장했다.

아모레퍼시픽 인도 법인 관계자는 “K-뷰티의 시장 진입이 가속화되고 있고 특히 현지에서는 ‘코리안 뷰티’, ‘코리안 스킨케어’, ‘코리안 선스크린’ 중심으로 검색량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한 대표는 인도시장 내에서도 수입화장품을 살 수 있는 구매력이 있는 계층을 집중 공략할 것을 권했다. 그는 “영어가 익숙하며 영여권 국가에서의 경험이 있는 이들로 서구권 문화를 받아들이는 데 익숙한 그룹”이라며 “현지인의 피부 톤에 맞춘 호수(color)나 제형을 더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희량 기자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