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확전 위기 속 우크라, 러시아 본토 공격…미국 통제 벗어나 갈수록 꼬여

7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무너진 가자지구 건물 [AFP]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을 동시에 군사적으로 지원하면서 힘에 부친 미국이 유럽과 중동에서 전쟁이 더 커지는 것과 긴장 고조를 막으려고 애쓰고 있지만 쉽지 않은 형국이다.

중동에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휴전 협상 타결이 지연되는 가운데 이스라엘과 이란이 충돌 국면으로 내달리면서 가자지구 전쟁이 더 넓은 지역으로 번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에 협상 타결을 압박하고 있지만, 하마스 최고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이스라엘 소행으로 의심되는 공격으로 이란에서 숨진 뒤로 협상에 차질이 생겼을 뿐만 아니라 이란이 보복을 예고하면서 정세가 크게 불안정해졌다.

여기에 하마스는 하니예의 후임으로 작년 10월 7일 이스라엘 기습 공격을 주도한 야히야 신와르를 최고 정치지도자로 선출해 이스라엘에 대한 강경 기조를 유지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하마스가 이스라엘이 ‘제거 1순위’로 여기는 강경파 신와르를 휴전 협상을 결정할 최고지도자로 선출하면서 가자지구의 평화가 더 요원해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런 흐름 속에 이스라엘에 대한 중동 국가들의 적개심을 부추길 사건도 추가로 폭로됐다.

이스라엘의 채널12 방송은 최근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전쟁에서 잡은 팔레스타인 포로를 성적으로 학대하는 것처럼 보이는 보안카메라 영상을 공개했다.

이에 매슈 밀러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7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모든 경우 포로의 인권을 존중해야 하며, 이스라엘 정부는 인권 침해 혐의가 있을 때는 혐의를 받는 이들을 조사하고 적절한 경우 책임을 추궁하는 조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란이 공격할 경우 이스라엘을 적극 방어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휴전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는커녕 판을 깨려는 듯한 행동을 하는 것에 갈수록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고 있다.

7일(현지시간) 카린 장 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 [UPI]

우크라이나에서는 우크라이나 지상군이 지난 6일 러시아 남서부의 접경지역 쿠르스크주에서 국경을 넘어 본토를 공격했다.

우크라이나군이 드론이나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한 바는 있지만, 지상군이 국경을 넘어 공격한 것은 드문 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번 공격을 “대규모 도발”로 규정했다.

그동안 미국은 확전을 우려해 우크라이나가 미국이 지원한 무기로 러시아 본토 깊이 공격해서는 안 된다는 제약을 걸었다.

다만 우크라이나가 방어를 위해 러시아 본토에 있는 표적을 제한적인 범위에서 공격하는 것은 허용해왔다.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공격을 사전에 통보받지 못했다면서도 “우리 정책에서 달라진 것은 없으며 지금 우크라이나가 하는 행동은 우리 정책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가 공세를 시작한 목적을 파악하기 위해 우크라이나군을 접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우리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공격을 방어하는 데 필요한 것들을 갖추도록 하는 데 계속 집중할 것”이라면서 “백악관의 정책에는 변화가 없다. 우리는 우크라이나가 계속해서 자국을 방어하는 동안 우크라이나를 분명히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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