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소주·K-소스 맛에 빠진 ‘14억 인도인’ [Hello India]

#.중소기업 영풍은 올해 상반기에만 인도에서 떡볶이 수출로 2억2000만원 이상 매출을 기록했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기록한 수출액(2억6000만원)을 반년 만에 달성한 것이다. 영풍 관계자는 “인도가 수출 규모를 키운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며 “소비자 입맛에 맞게 현지화를 시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리온은 인도에서 판매하는 초코파이에 해조류에서 추출한 식물성 젤라틴을 원료로 사용한다. 채식주의자가 많은 현지 기장을 고려한 전략이었다. 현지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딸기, 망고 맛도 선보였다. 그 결과 시장에 안착하면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14억 인구를 보유한 인도 시장에 K-푸드가 스며들고 있다.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K-라면뿐만 아니라 주류와 고추장 등 소스류도 인기다. 식품기업들도 K-푸드 열풍에 힘입어 잇달아 인도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8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한국의 대(對)인도 농식품 수출액은 364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8.7% 올랐다. 대인도 농식품 수출액은 2019년 5330만달러에서 2021년 1억620만달러까지 증가했으나 지난해 6320만달러로 감소하기도 했다.

올해 대인도 농식품 수출이 반등을 보인 배경에는 라면, 주류 등 K-푸드의 세계적인 유행이 있었다. 실제 올해 상반기 대인도 라면 수출액은 498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4.1% 늘었다. 주류 역시 지난해 대인도 수출액이 전년 대비 72.8% 증가할 정도로 성장세가 가파르다. 이제 하이트진로뿐만 아니라 무학, 명품안동소주 등 중견기업까지 현지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탄력 있는 면발과 현지인들에게 익숙한 매운맛이 인기를 끌며 볶음면, 국물라면, 비빔면 등 판매하는 품목이 다양해졌다”며 “드라마에서 접한 한식당에 익숙해진 소비자들도 소주를 맞이 찾는다”고 설명했다.

한류 콘텐츠는 코로나19가 유행하던 시기 인도에 유입되기 시작했다. 드라마 오징어게임, 아이돌그룹 BTS 등이 인기를 얻으며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국 대중문화와 식품·패션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특히 중산층 이상의 MZ(밀레니얼+Z)세대가 K-푸드의 주소비층이다. 이들은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K-푸드와 관련한 유행을 재생산하고 있다.

인도의 젊은 층은 한국식 ‘매운맛’에 익숙하다. 떡볶이를 수출하는 식품제조업체 영풍 관계자는 “현지의 MZ세대들이 맵고 달콤한 낯선 맛을 선호한다”며 “요뽁이(yopokki)라는 제품명으로 현지화해 대형마트, 편의점, 일반 슈퍼마켓 입점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미국을 점령한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도 현지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다. 인도 시장에서 삼양식품의 연평균 매출 증가율은 2020년부터 2023년까지 185%였다. 삼양식품은 5년 안에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홍보를 확대하고 있다.

소스류 시장에서도 한국산이 주목받고 있다. 인도가 한국에서 수입한 소스 및 조미료 규모는 2021년 2만2400달러에서 지난해 4만770달러로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청정원, 종가를 보유한 대상은 2015년부터 인도 시장을 개척했다. 현재 김치, 전통 장류, 소스류, 조미료 등을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 인도 관련 매출은 전년 대비 40% 증가했다.

인스턴트 커피 역시 K-푸드의 한 축을 담당하며 인도 현지에서 꾸준하게 사랑받고 있다. 한국은 인도의 인스턴트 커피 최대 수입국이다. 지난해 전체 인스턴트 커피 수입량의 41.5%(44만4880달러)가 한국산이었다. 동서식품, 이디야, 대관 등 진출한 브랜드도 다양하다.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관계자는 “현지 소비자들이 한국의 커피 문화와 독특한 품질에 매료돼 관심이 꾸준하다”고 전했다.

롯데웰푸드 ‘롯데 인디아’ 하리아나 공장 내 롯데 초코파이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있는 이창엽(왼쪽 두번째) 롯데웰푸드 대표이사
인도 라자스탄주에 위치한 오리온 생산공장

인도에서 법인을 세우고, 직접 생산에 나선 제과업계도 늘었다. 롯데웰푸드가 대표적이다. 현지 업체 두 곳을 인수해 ‘롯데 인디아’, ‘하브모어’를 운영하다가 지난달 인수합병을 결정했다. 두 법인의 매출 합계는 2022년 2473억원에서 지난해 2690억원으로 늘었다. 올해 1월에는 빼빼로 현지 생산을 위해 30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인도 푸네지역에 700억원을 투입해 조성한 빙과 공장도 본격적인 가동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해외매출 비중이 64%에 달하는 오리온은 중국, 베트남, 러시아에 이어 4번째 해외 진출국으로 인도를 낙점했다. 오리온은 2021년 인도 라자스탄주에 생산공장을 짓고, 제과류 판매를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스낵, 파이 생산라인을 증설했다. 세계에서 채식 비율이 높은 특성을 고려해 현지화 제품 개발에도 주력했다. 그 결과, 오리온 인도 법인의 매출은 2022년 136억원에서 지난해 205억원으로 증가했다.

인도가 K-푸드의 블루오션으로 뜨고 있지만, 진입장벽은 높은 편이다. 모든 식품은 식품표준안전청(FSSAI) 인증을 취득해야 한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인도로 수출할 때 까다로운 규정과 관세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현지 바이어를 섭외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포장지 표기 방법 등 세세한 차이를 극복하기 위한 비용도 많이 든다”고 전했다.

다행히 정부의 지원은 확대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인도를 포함한 신시장 개척을 위해 바이어 발굴 등 수출기업의 애로를 해소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중소벤처기업부와 수출 바우처 등 지원 정책을 검토 중이다. KOTRA는 식품·주류기업을 대상으로 온라인 판촉전과 시음회를 열어 홍보를 돕고 있다. 통관, 인증 등 수출 실무 컨설팅과 현지 주요 유통채널 입점도 지원하고 있다.

정석준·박병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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