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AFP] |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이란이 핵무기 제조 프로그램을 가동하기 위한 연구를 진전시킨 것으로 미 정보당국이 판단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국가정보국(DNI)은 지난달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이란이 핵 장치 개발을 선택할 경우 더 나은 위치에 설 수 있도록 하는 활동을 수행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이란이 수행하는 연구가 핵무기 개발 능력을 습득하는 과정상의 지식 격차를 줄일 수 있다고 지목했다.
또 최근 수년간 미 정보당국이 유지해온 판단, 즉 이란이 시험 가능한 핵 장치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핵심 개발 활동을 수행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이번 보고서에는 빠졌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진전시킨 연구에 핵무기 연쇄 반응을 위한 중성자 발생장치 지식 구체화, 탄두를 장착한 미사일의 유도 시스템 개발, 탄두와 미사일의 분리 등에 대한 연구가 포함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미 보수 싱크탱크인 민주주의방위재단의 안드레아 스트리커 연구원은 “최근 관찰된 이란의 무기화 작업은 훨씬 더 많은 활동의 일부일 수 있다”며 “미국은 국제원자력기구를 통해 긴급히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 정보당국이 이같이 이란 핵 활동 관련 판단을 바꾼 것은 최근 테헤란에서 이스마일 하니예 하마스 정치국장이 암살되고, 이란이 이를 이스라엘의 소행으로 보고 보복하겠다고 위협하는 등 중동의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나와 관심을 끈다.
또 이런 판단 전환은 이란이 다수의 핵무기를 만들기에 충분한 고농축 핵연료를 생산했다는 보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이뤄졌다.
다만, 정보 당국은 여전히 이란의 핵무기 개발 노력을 하지는 않는 것으로 믿는다고 미 당국자가 전했다. 또 이란의 최고 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지난 2003년 대부분 중단된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재가동한다는 증거도 없다.
또 미 당국자에 따르면 최근 이란의 활동이 핵무기를 제작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단축하지는 못할 것으로 당국은 판단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정보당국의 이번 보고서는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추진하지 않더라도 국제사회와 협상에서 지렛대를 높이기 위해 그리고 국제적 압력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연구 프로그램 진전에 대한 우려를 이용하려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란은 지난 2015년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과 독일 등 6개국과 핵 프로그램 동결 또는 축소를 대가로 미국, 유엔, 유럽연합(EU) 등이 경제 제재를 해제하는 내용의 핵 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에 서명했다.
그러나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은 핵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했고 이에 이란도 탈퇴를 선언한 뒤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을 제한하고 우라늄 농축도를 계속 높여왔다.
서방은 이란이 핵무기 제조에 한발짝 더 다가섰다고 우려한다.
이런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란의 핵무기 획득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혀왔으며, 만약 이란이 핵 장치를 만들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고 판단될 경우 군사적 대응 가능성도 제기해왔다. 이란 핵 활동 가속화의 원인으로는 트럼프 행정부의 핵협정 탈퇴를 꼽는다.
반면 공화당은 바이든 행정부가 대이란 제재를 강화하고 집행하는 데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비판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