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여성의 권리를 위해 싸운다”…파리의 용기있는 여성들

아프간 출신 올림픽 여성 선수들 주목

억압받는 조국 여성들 위해 목소리 내

“아프간 여성들의 용기를 보여줄 것”

아프가니스탄 육상선수 대표 키미아 유소피가 2021년 7월 30일 도쿄에서 열린 도쿄2020 여자 육사 100m 예선에 출전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김도윤 수습기자] 지난 2일(현지 시각) 프랑스 생드니의 스타드 드 프랑스 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육상 100m 예선 3조 경기. 태양이 내리쬐는 육상 트랙 위, 긴팔의 검은 히잡 운동복을 입은 선수가 있다. 키미아 유소피(28). 오른쪽 가슴에 아프가니스탄 국기가 새겨졌다. 그의 100m 질주는 13초42가 걸렸다. 같이 뛴 선수들 가운데 가장 늦었다.

그는 멈춰 서서 숨을 고르지 않고, 두 번째 질주를 시작했다. 준비한 플래카드를 꺼내 관중들에게 들어 보였다. 영어로 ‘교육, 우리의 권리’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유소피는 “아프가니스탄 소녀들을 대신해 목소리를 낼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다”며 “그들은 기본적인 권리, 교육, 스포츠를 원한다”고 전했다. 그는 “나는 테러리스트들이 들어온 땅을 위해 싸우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아무도 그들을 정부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자유·평등·박애의 나라 프랑스에서 치뤄지는 이번 파리 올림픽에 자유를 위해 싸우는 선수들이 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탈레반 정권의 통치에서 고통받는 아프가니스탄 여성들과 소녀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9일 시작한 여자 브레이킹 종목에 출전하는 마니자 탈라시 [연합]

9일 시작한 브레이킹 종목을 앞두고 아프니가스탄 최초의 ‘비걸’인 마니자 탈라시(22)의 사연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 6일 탈라시의 사연을 소개한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에 따르면 탈라시는 2021년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정권을 장악하고 살해 위협까지 밥게 되자 아프가니스탄을 떠나야 했다. 이후 여권도 없이 방황하는 신세가 된 탈라시는 난민 자격을 얻어 스페인에 정착했다. 스페인 북부의 어느 미용실에 일자리를 얻어 일했다. 그의 사연을 들은 스페인 친구들이 움직였다. 올림픽 난민 재단을 알게 됐고, 이번 파리 대회에 난민 팀 소속으로 출전했다.

탈라시는 “내가 난민 팀으로 올림픽에 나온 것은 탈레반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아프가니스탄 여성의 용기를 보여주기 위해서”라며 “비록 갇혀 있는 상황에서도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내가 할 수 있다면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더 어린 소녀들도 할 수 있을 것이다”며 “사람들이 아프가니스탄의 여성들을 잊기 않기 바란다”고 했다.

훈련 루틴을 시연하고 있는 자키아 쿠다다디 모습 [연합]

오는 28일에 개막하는 2024 파리 패럴림픽에서 태권도 종목에 출전하는 쿠다다디(26)는 왼팔꿈치 아래가 없는 선천성 장애를 안고 태어났다. 그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아프가니스탄 선수 최초로 올림픽 메달을 흭득한 로홀라 니크파이의 모습을 보고 태권도를 배웠다.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하자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유엔난민기구, 세계태권도연맹(WT)등의 도움을 받아 극적으로 카불에서 탈출했다. 이후 파리를 거쳐 일본 도쿄에 입성해 2020 도쿄 패럴림픽에 나섰다.

그는 2년 전 파리 태권도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뒤 “파리 패럴림픽은 아프가니스탄의 모든 여성에게 메시지를 전달 할 수 있는 기회이기에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지난 6월 안보리회의에서 다뤄진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탈레반 통치 아래 아프가니스탄은 여성들을 가장 억압하는 나라다. 탈레반은 2021년 8월 아프가니스탄 정권을 장악한 뒤 이슬람 율법과 현지 관습 등을 앞세워 여성 학교를 폐쇄하고 남성 보호자 없는 여성의 이동 제한, 여성에 대한 공원 및 체육관 출입 금지 등의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파리 올림픽에 남성 선수로만 100여명을 파견했고, 여성은 세 명 뿐이다. 탈레반의 탄압을 피해 해외로 망명한 17명의 여자 선수는 별도로 이번 대회에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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