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현지시간)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카멀라 해리스(왼쪽) 미국 부통령과 민주당 부통령 후보 팀 월즈미네소타 주지사가 미시간주 위스콘신주 오 클레어에서 열린 선거운동 행사에서 연설한 후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EPA] |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미국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되고 규모가 큰 히스패닉·라틴계 단체가 오는 11월 대선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하겠다고 선언했다.
9일(현지시간) 미 CBS 방송과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미국 내 최대 라틴계 단체 라틴아메리카시민연맹(LULAC)의 팩(PAC·정치활동위원회)은 이날 성명을 내고 해리스 부통령과 러닝메이트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를 지지하기로 만장일치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 단체가 대선 후보 지지를 표명한 것은 1929년 창립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LULAC은 성명에서 “해리스는 자신의 경력을 통해 정의, 평등, 포용을 향한 헌신을 보여줬으며, 이는 라틴계 공동체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우리나라를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게 할 가치”라고 밝혔다.
도밍고 가르시아 LULAC 팩 회장은 성명을 통해 “우리는 라틴계 공동체와 전국의 미국인들이 직면한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카멀라 해리스와 팀 월즈를 지지하게 돼 자랑스럽다”며 “우리는 그들이 우리 공동체와 국가를 위해 옳은 일을 할 것이라 믿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가장 역사가 길고, 규모가 가장 큰 히스패닉·라틴계 단체인 LULAC은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히스패닉들이 미국 내 라틴계에 대한 인종 차별에 대응하기 위해 1929년 시카고에서 설립한 단체다.
이 단체는 미국 내 히스패닉계의 경제적 여건과 교육 수준, 정치적 영향력, 건강권 향상 등을 목표로 삼고 활동해왔으며 회원 수는 14만여 명에 달한다. 그간 미국 대선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은채 초당파성을 유지하려 노력해왔다.
이번 LULAC의 지지 선언은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된 해리스 부통령이 전국 여론조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지지율에서 우위를 보이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여론조사 기관 입소스가 지난 2~7일 미국 성인 2045명을 상대로 조사해 8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은 42%의 지지율로 37%를 기록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5%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LULAC의 지지 선언은 해리스 부통령이 9일 애리조나주에 이어 10일에는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유세를 펼치는 시점에 이뤄져 더 의미가 있다고 외신은 분석했다. 경합지로 꼽히는 이 두 지역은 라틴계 인구가 많은 곳이다.
LULAC은 앞으로 주요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주, 조지아주, 애리조나주, 네바다주, 위스콘신주 등에서 라틴계 유권자들을 동원해 해리스 지지 운동을 펼치겠다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사퇴하고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된 뒤 라틴계의 지지 선언이 나왔다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를 사퇴하기 전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라틴계의 지지를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CBS는 전했다.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의 지난달 조사에 따르면 라틴계 유권자 사이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각각 36%로 동률이었다.
지난 2020년 대선 때는 라틴계 유권자의 61%가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했고 36%가 트럼프 전 대통령에 투표했었다.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올해 대선에서 투표할 수 있는 라틴계 유권자는 30620만명 이상으로 추산되며, 이는 미 선거 역사상 가장 많은 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