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내달 ‘70조 효과’ 세계국채지수 편입 결정…불발땐 내년 3월로

[연합]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 우리나라가 다음달 세계 3대 채권지수인 세계국채지수(WGBI)에 편입될지 여부가 결정된다.

우리나라가 2022년 9월 관찰대상국(Watch List) 지위에 오른 지 2년가량 지난 데다, 국채시장 접근성을 높이는 제도적 기반을 사실상 완비했다는 점에서 이번에는 편입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WGBI를 관리하는 영국 런던 증권거래소그룹 산하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은 9월 중으로 FTSE 채권시장 국가분류를 발표한다.

편입이 결정되면 실제 지수 편입까지 6~12개월 시차를 두고, 최소 500억달러(한화 70조원가량)의 자금이 우리 국채 시장에 유입되면서 시중금리와 환율 안정에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게 된다.

일단 발행잔액과 신용등급 등 '정량 조건'은 물론이거니와, 시장 접근성을 높이는 제도개선을 통해 '정성 조건'도 상당 부분 충족한 상태다.

외국인 국채투자에 대한 이자소득과 양도소득 비과세 조치가 시행되고,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IRC)가 폐지됐다.

무엇보다 지난 6월부터 국제예탁결제기구(ICSD)인 유로클리어·클리어스트림의 국채통합계좌(Omnibus Account)가 개통됐다.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이 중시하는 요건이다.

지난달부터 외환시장 거래 마감을 오후 3시 30분에서 다음 날 새벽 2시로 연장하고 외국금융기관(RFI)의 국내 외환시장 직접 참여를 허용한 것도 해외투자자들의 환전 편의를 높인 조치다. 모두 FTSE 러셀 측이 제시한 조치들로, WGBI 편입을 위한 필요 요건을 갖춘 셈이다.

다만 편입 결정을 이끌어내는 충분조건에는 다소 못 미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엔 글로벌 투자자들의 체감도 조사(서베이)를 바탕으로 FTSE 러셀의 '주관적 평가'에 달렸다는 것이다.

해외 투자자가 개선된 시장 접근성을 체감하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획재정부 국채과 관계자는 11일 "정부로서는 제도를 완비하고 국제 설명회(IR)로 글로벌 투자자들을 전략적으로 접촉해 우리 국채시장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는 데 주력했다"며 9월 편입을 기대하면서도 섣부른 예단엔 선을 그었다.

지금까지 기재부가 접촉한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은 약 100곳에 달한다. 특히 지수 추종자금의 30% 정도를 차지하는 일본계 투자자들과 소통하는 데 무게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달 편입 결정이 불발된다면, 내년 3월로 미뤄지게 된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제도개선만으로 편입 여부를 예측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고, 결국에는 IR을 통해 글로벌 투자자들을 설득하는 게 중요하다"며 "최종적으로는 투자자들의 의견과 FTSE 러셀 측 판단에 따른 것이어서 편입과 불발 가능성을 모두 열어둬야 한다"고 전했다.

WGBI에 편입될 때 한국 국채가 차지하는 비중이 2%대에 달하는 점도 역설적으로 지수 편입에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 WGBI 편입국 25개국 중에서는 9번째로 큰 비중이다.

이미 WGBI에 포함된 이스라엘과 뉴질랜드의 비중이 각각 0.3%. 0.2%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세계 12위권 경제대국으로서 한국 국채시장의 비중이 작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WGBI를 추종하는 글로벌 투자자들로서는 한국 국채를 2%가량 새로 편입하는 쪽으로 포트폴리오를 유의미하게 개편해야 하는 만큼 더욱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WGBI를 추종하는 글로벌 자금 2조5천억달러를 기준으로 그 2%가량인 최소 500억 달러가 국내 채권시장에 유입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한국 국채시장의 저변을 넓히면서 갈수록 예산수요가 늘어나는 재정운용에도 뒷받침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시장에도 상당 기간 국채금리가 떨어지고, 원화 가치가 절상되는 파급효과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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