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AP]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개혁 성향의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1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여성 장관을 지명했다.
11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여성인 파르자네 사데그(47) 도로주택부 국장을 신임 도로주택부 장관으로 지명해 의회에 통보했다. 의회가 2주간 검토를 거쳐 페제시키안 대통령의 조각안을 승인하면 사데그 국장은 1979년 이란의 이슬람혁명 이후 두 번째 여성 장관이 된다.
이슬람혁명 후 이란의 첫 여성 장관은 마르지 바히드 다스트제르디(2009~2012년 재임)다. 다스트제르디는 2009년 당시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의 지명을 받은 뒤 의회 인준을 거쳐 보건부장관에 임명됐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앞서 여성인 자흐라 베흐루즈 아자르를 여성 및 가족 담당 부통령으로 임명했다. 여성 및 가족 담당 부통령은 그간 여성들이 맡아왔으며, 부통령직은 의회의 승인 없이 임명할 수 있다.
개혁적 공약을 내세워 강경보수 후보들을 제치고 당선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또 히잡 등 여성의 이슬람 복식 단속 주무 부처인 내무부 장관에 온건 성향의 고위 경찰 출신 에스칸다르 모메니를 지명했다.
이란에선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됐던 20대 여성 마흐사 아미니의 의문사 이후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이어졌다.
당시 의원이었던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슬람 공화국에서 히잡을 이유로 소녀를 체포하고 그 시신을 가족에게 인계하는 일은 용인할 수 없다”는 글을 쓰기도 했다. 그는 여성 복식 관련 법규의 느슨한 적용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페제시키안 대통령을 도와 조각을 준비해온 모함마드 자바드 자리프 전략 담당 부통령은 최종 확정된 각료 명단에 여성의 수가 생각만큼 많지 않다는 이유로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소셜미디어 엑스(X)에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더 많은 여성과 젊은이, 소수민족 그룹 출신을 내각에 배치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반면 보수 강경 성향의 의원들은 여성 장관 지명 등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해 페제시키안 대통령의 개혁 시도가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마즐리스) 의장이 장관 후보자 명단을 발표할 당시, 다수의 의원은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고 AP 통신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