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티’ 장착 석화기업, 불황 뚫었다

글로벌 석유화학 업황 부진에도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소재)를 앞세운 기업들이 2분기 깜짝 실적을 냈다. 중국의 물량 공세에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범용 석유화학 제품과 달리 스페셜티 제품의 글로벌 영향력이 날로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에 이어 산유국인 중동까지 석유화학 분야 투자를 확대하면서 범용 제품으로는 경쟁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점쳐진다. 이에 국내 석유화학 기업은 높은 기술력이 필요한 스페셜티 사업 전환을 통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12일 주요 석화기업의 올해 2분기 경영 실적을 보면 금호석유화학과 DL케미칼 등은 눈에 띄는 실적 개선세를 보였다.

금호석유화학은 1191억원의 영업이익을 냈고 DL케미칼과 코오롱인더스트리도 각각 939억원, 594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해 금호석유화학은 영업이익이 10% 이상 증가했고 DL케미칼은 흑자로 전환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전년 대비로는 영업이익이 줄었지만 직전 분기와 비교해선 94.1%의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이들 3사의 공통점은 스페셜티 제품을 주력으로 한다는 데 있다. 일단 금호석유화학은 주력 제품인 타이어용 합성고무, 의료용 고무장갑 원료로 쓰이는 NB라텍스의 매출이 늘어난 게 실적을 견인했다. DL케미칼의 호실적 원동력 역시 고부가 제품 위주의 포트폴리오였는데 지난해 판매를 본격화한 폴리올레핀 엘라스토머(POE)와 폴리부텐(PB)의 판매량이 최근 들어 크게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코오롱인더스트리도 타이어코드의 판가 인상과 최근 증설을 마친 고순도 방향족계 석유수지(PMR) 관련 전방산업 수요 증가가 이익률에 기여했다.

다른 기업도 실적 상승 요인을 분석해 보면 고부가 제품의 매출 영향이 두드러졌다.

LG화학 석유화학 부문은 2분기 323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 전환했는데 고부가합성수지(ABS) 사업을 중심으로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 컸다. SK케미칼은 별도 기준 영업이익이 313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보다 58.9% 늘었는데 고부가 제품 중심의 코폴리에스터 사업 확장 덕을 봤다.

롯데케미칼 첨단소재 부문과 스페셜티 자회사인 롯데정밀화학도 도합 928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글로벌 석유화학 시황이 이르면 올해 하반기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지만 범용 제품으로는 더 이상 수익성을 확보하긴 어려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국내 석유화학사들이 스페셜티 제품 개발에 속도를 내는 이유다.

특히 기초화학 사업 비중이 높은 기업은 범용 비중을 대폭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이훈기 롯데케미칼 총괄대표는 지난달 기업설명회(IR)에 직접 참석해 기초화학의 비중을 30% 이하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정밀화학, 전지소재, 수소에너지 분야에 재원을 집중 투자해 신사업을 육성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은 예년 대비 1개월 이상 빨리 대표이사를 교체했다. 남정운 신임 대표는 고부가·스페셜티 제품 확대를 통한 사업 개선과 시장지배력 강화에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 이어 중동에서까지 범용 제품 추가 증설이 이뤄지면 가격 경쟁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수익성 확보도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며 “스페셜티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빠르게 재편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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