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법 개정안(노란봉투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여파로 한국에 투자한 외국기업들은 국내 파업이 20% 느는 반면, 투자는 15% 이상 줄 것으로 전망한다는 조사가 나왔다.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종업원 100인 이상 제조업종 주한외투기업 인사노무담당자(응답 1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노조법 개정안 인식조사를 실시했다고 12일 밝혔다.
설문에 참여한 외투 기업 중 55%가 노조법 개정안 시행 시 기업 경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했다. ‘영향없음’이라고 답변한 기업은 35%, 긍정적이라고 답변한 기업은 10%였다.
특히 노조법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외투기업들은 한국 내 파업이 20% 증가하고 외국인투자는 15.4%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경협은 노조법 개정안은 파업 확대로 노동시장의 경직성과 대립적인 노사관계를 심화시킬 우려가 커, 외투기업들이 투자 계획을 보수적으로 재정비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개정안은 사용자의 개념을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를 넘어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로 확대하고 있다. 외투기업 10곳 중 6곳(59%)은 사용자의 개념 확대가 한국 산업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응답했다. 긍정적이라고 응답한 기업 비중(17.0%)의 3.5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한 기업들은 그 이유로 ▷도급계약 부담 증가로 노동시장 효율성 저하(27.3%)를 가장 많이 지적했다. 이어서 ▷하청노조의 원청에 대한 파업 증가(25.3%), ▷원·하청노조 간 갈등 야기(22.1%) 순으로 응답했다.
특수고용형태종사자, 자영업자 등 노조법상 근로자가 아닌 자의 노동조합 가입을 허용하는 것이 대해서도 외투기업 10곳 중 6곳(62.0%)이 한국 노사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응답했다. 그 이유로는 ▷빈번한 교섭 및 파업으로 사업 운영에 차질 발생(28.4%) ▷노무제공자 등의 무리한 교섭요구 및 파업으로 노사질서 교란(22.6%) ▷경영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기업 투자·고용 위축(18.6%) 등을 꼽았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응답한 기업 비중은 20%에 그쳤다.
개정안은 노동쟁의 범위를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분쟁에서 ‘근로조건’에 관한 분쟁으로 확대하고 있다. 외투기업 10곳 중 7곳(68%)은 노동쟁의 범위의 확대가 국내 산업현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응답했다. 구체적으로 ▷조직개편 등 사용자 고유의 경영권 침해(30.1%) ▷노사 문제를 파업으로 해결하려는 심리 확산(27.6%) ▷경영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투자·고용 위축(18.7%) 등이 이유로 꼽혔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업 비중(11%)의 약 6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노조법 개정안은 사용자·노동쟁의의 범위 확대 등으로 대화를 통한 노사 간 협력보다 파업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투쟁 만능주의를 조장할 우려가 크다”며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저해하고 외국인 투자를 크게 위축시킬 우려가 있는 노조법 개정안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민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