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샘 올트먼 오픈AI CEO(왼쪽 위 사진부터 시계방향으로),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 앤디 재시 아마존 CEO, 웨이저자 TSMC 회장, 젠슨 황 엔디비아 CEO, 팻 겔싱어 인텔 CEO를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최태원 회장 인스타그랩 캡처, SK 제공] |
[헤럴드경제=정윤희 기자] SK그룹이 오는 19~21일 열리는 이천포럼에서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미래·혁신 전략을 한층 구체화한다. 지난 6월 경영전략회의(옛 확대경영회의)에서 그룹의 미래 방향키로 AI를 낙점하고 본격적인 사업구조 재편(리밸런싱)에 돌입한데 이은 것이다. 이천포럼에서는 AI 하드웨어와 AI 소프트웨어, AI 인프라로 이어지는 AI 가치사슬(밸류체인)과 AI 리더십을 강화할 방안 마련에 집중할 전망이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오는 19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서울 워커힐호텔 등에서 이천포럼을 개최한다. SK그룹 지식경영 플랫폼인 이천포럼은 6월 경영전략회의(옛 확대경영회의), 10월 CEO세미나와 함께 그룹 핵심 연례행사 중 하나다.
SK 최고경영진들은 이번 이천포럼에서 ‘AI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해법 도출을 위해 머리를 맞댈 예정이다. 특히, 포럼 첫날인 19일에 AI시대에 SK가 어떤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지에 대해 우선적으로 논의한다. AI 하드웨어(SK하이닉스), AI 소프트웨어(SK텔레콤), AI 인프라(SK이노베이션+SK E&S) 등 그룹의 AI 포트폴리오를 한층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역시 최근 AI에 방점을 찍은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 6월 샘 올트먼 오픈AI CEO 등 미국 AI 관련 빅테크 경영자들과 연쇄 회동한데 이어 지난달 제주포럼에서 “SK 관계사들이 보유한 기술과 역량을 활용해 AI 인프라를 주도할 수 있는 기업으로 진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최태원(왼쪽) SK그룹 회장이 지난 5일 SK하이닉스 주요 경영진과 함께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SK 제공] |
앞서 SK그룹은 지난 6월 마무리된 경영전략회의에서 투자 중심축을 AI에 두겠다는 청사진을 밝힌 상태다. 이를 위해 오는 2026년까지 80조 재원 추가 확보, 향후 5년간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 등에 103조원을 투자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도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구축에 5년간 약 3조4000억원을 투입한다.
리밸런싱의 신호탄을 쏜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 역시 같은 맥락이다. AI시대가 본격 개화하면서 전력 사용량이 크게 증가, 에너지인프라와 에너지솔루션 운영 역량이 AI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것이 최 회장의 판단이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으로 석유, LNG 등 기존 에너지와 재생에너지·수소·소형모듈원자로(SMR),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을 아우름으로써 AI 전력 수요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전력사업은 조(兆)단위 투자가 필수인 대규모 인프라 사업”이라며 “(SK가) AI 시대를 맞아 유관 에너지 인프라 투자에 있어 더욱 ‘규모의 경제’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 역시 AI 반도체 리더십을 공고히 하기 위해 차세대 HBM 상용화 준비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HBM3E 12단 제품을 올해 3분기 양산해 4분기부터 공급할 계획으로, 6세대 HBM(HBM4)은 내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최 회장 역시 지난 4월 젠슨 황 엔비디아 CEO, 6월 웨이저자 TSMC 회장과 잇달아 만나는 등 국내외를 넘나들며 AI 반도체에 힘을 싣고 있다. 또, 지난 5일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를 찾은 자리에서 “AI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며 HBM 시장이 한층 치열해지는 가운데 차세대 수익모델 마련 방안에 대해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SK텔레콤은 퍼스널 AI 어시스턴트 에이닷(A.) 외에도 지난달 미국의 AI 데이터센터 통합솔루션 대표주자인 ‘스마트 글로벌 홀딩스(SGH) 2억달러(약 2800억원) 투자를 단행하는 등 AI 데이터센터 시장 공략에 팔을 걷었다. 이는 최 회장의 지난 6월 잇단 미국 빅테크 연쇄 회동 이후 처음으로 단행된 AI 분야 투자다.
SK그룹 관계자는 “SK그룹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의 핵심은 AI 전(全) 생태계를 주도할 수 있는 사업모델 구축”이라며 “최 회장이 이끄는 AI 글로벌 네트워크가 SK의 기술·역량을 결집, AI가 SK그룹의 공고한 포트폴리오로 구축·성장하도록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