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36주 차에 낙태 수술을 받은 유튜버 A씨의 '낙태 브이로그' 일부. [유튜브 영상 캡처]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36주 된 태아를 낙태(임신중단)한 유튜버가 공개한 '낙태 브이로그'가 조작이 아닌 사실로 확인되면서 맘카페를 중심으로 엄마들 사이에서 공분이 일고 있다.

20대 여성인 유튜버 A씨는 지난 6월 27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총 수술 비용 900만원, 지옥 같던 120시간'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리고, 임신 36주차에 낙태 수술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생리가 멈춰 산부인과를 방문했을 때 다낭성 난소증후군과 호르몬 불균형 영향이라고 해서 그냥 살이 많이 쪘나 보다 생각했다"며 이후 임신 사실을 깨닫고 3곳의 병원을 방문한 끝에 절개수술을 받았다고 했다.

이후 이 영상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으로 퍼지면서 '태아 살인'이라는 비판이 일었고, 일각에서는 조작 의혹이 제기됐다.

그러나 지난 12일 해당 영상은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경찰청은 영상을 게시한 A씨와 수술한 병원 원장을 살인 혐의 피의자로 입건했다면서 "유튜브 영상이 조작된 부분은 없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A씨 역시 이미 두 차례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낙태 사실을 인정했다.

임신 36주 차에 낙태 수술을 받은 유튜버 A씨의 '낙태 브이로그' 일부. [유튜브 영상 캡처]

이에 임신과 출산을 경험한 여성들이 활동하는 맘카페에선 충격적이라는 반응이 터져 나왔다.

34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한 한 맘카페에는 "36주 낙태가 진짜였다니 정말 눈물난다", "36주에 낙태한 여자와 수술해 준 의사 처벌 안 되나", "속이 울렁거리고 소름 끼친다", "조작이길 바랐는데 너무 끔찍하다" 등 분노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조산(임신 20주~37주 이전 분만)을 했던 한 여성은 "36주에 태어난 우리 첫째, 28주에 태어난 우리 둘째 지금은 너무 예쁘게 크는 중이다. 이런 눈부신 아이로 클 수 있었을텐데, 36주에 애를 죽이러 간 사람이나 돈 받고 애를 죽인 사람이나 제정신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고, 이에 "제 아들이 36주에 태어나서 다음주 100일 앞두고 있는데 참 슬프다", "저는 35주 1일차 이른둥이 출산했는데, 호흡만 좀 어려웠지 열흘 만에 퇴원했다" 등 이른둥이 맘들의 절규도 이어졌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낙태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고 보건복지부에서 살인 혐의로 수사 의뢰를 한 만큼 일단 A씨와 병원장에게 모두 살인 혐의를 적용해 수사 중이다. 아울러 수술을 진행한 해당 병원 내부에 CCTV가 설치돼 있지 않아 의료법 위반 혐의도 들여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