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에서 음식·뷰티까지…한국이 인도네시아 문화 기준” [헤경이 만난 사람-인도네시아 출신 디자이너 다이애나 푸트리]

인도네시아 인플루언서 니콜 아이코 푸트리[신보경 CP]

“K-팝 가수가 되고 싶어 오디션을 보러 한국에 왔어요.”

이제 막 열여덟 살이 된 세계적 디자이너 다이애나 푸트리의 딸 니콜 아이코 푸트리는 인스타그램에서 2만2000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인도네시아의 인플루언서다. K-팝을 듣고, K-드라마를 보고 자란 그는 인도네시아인 어머니와 중국인 아버지를 뒀지만, 외모·스타일·메이크업만 보면 한국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아이코 푸트리는 “화장도 직접 했다”며 “이게 평소 나의 스타일”이라고 했다.

인도네시아는 K-팝 팬덤의 전초기지다. 지난해 세계 무대를 놀라게 한 ‘글로벌 히트곡’인 그룹 피프티 피프티의 ‘큐피드(CUPID)’의 성공 신화의 시작도 인도네시아였다. 지난해 2월 인도네시아의 한 네티즌이 자신의 틱톡에 이 곡의 ‘스페드 업(Sped up·스피드 업의 과거형 표현)’ 버전을 만들어 올린 것이 전 세계로 퍼져 10일 만에 미국 빌보드의 세부 차트인 ‘월드 디지털 세일즈 차트’에 8위로 진입했다.

인도네시아는 여러 동남아 지역과 함께 오랜 시간 한류에 노출, ‘K-컬처 우등생’이 대거 자리하고 있는 나라다. 미국 음악 시장 분석업체 루미네이트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의 K-팝 오디오, 비디오 스트리밍은 74억건으로 일본(97억건), 미국(92억건)에 이어 3위다.

다이애나 푸트리는 최근 헤럴드경제와 만나 “블랙핑크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지금 K-팝, K-드라마, K-무비는 물론 음식, 뷰티에 이르기까지 한국 문화는 인도네시아 사람의 삶에 깊이 들어가 있다”며 “어느 한 분야가 아니라 전 분야가 마치 패키지처럼 뭉쳐 인도네시아 문화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이어 “비단 인도네시아만이 아니다”며 “K-팝과 K-컬처는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콘텐츠가 됐다”고 강조했다.

인도네시아에서 K-콘텐츠에 대한 평가는 상상 이상이다. 푸트리는 “지금 현재 인도네시아에선 모든 미(美)와 음식의 추세는 물론 각종 문화적 흐름 전반에서 한국이 트렌드”라며 “모든 것에 있어 한국이 기준이기에 K-팝이나 K-드라마를 좋아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2022년 그룹 블랙핑크와 협업으로 한국과 인연을 맺은 푸트리 역시 한국 문화를 통해 많은 영감을 받았다. 그는 “인도네시아와 미국에서만 활동을 하는 동안엔 그 곳의 생태계에만 국한돼 있었다”며 “K-팝과 K-콘텐츠 작업을 하며 한국의 문화적 현상을 배우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문화적 요소와 한국 전통 의상인 한복의 아름다움을 나의 디자인에도 적용해나갈 수 있도록 공부하고 연구하는 것을 앞으로의 과제로 삼고 있다”고 덧붙였다.

덕분에 딸 아이코 역시 한국 문화에 영향을 많이 받아 한국에서 K-팝 아이돌이 되기 위한 오디션을 준비 중이다. 인도네시아에서 아이돌 리얼리티쇼 ‘알파 걸스’에 출연하며 이미 얼굴을 알린 아이코는 SM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하이브 등 대형 기획사 위주로 우선 문을 두드려볼 생각이다. 다가올 오디션에서 노래로는 그룹 레드벨벳 멤버 웬디의 ‘웬 디스 레인 스톱스(When This Rain Stops)’, 춤으로는 아리아나 그란데와 그룹 에스파의 ‘드라마’를 준비했다. 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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