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오른쪽). [AFP]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내가 대통령이었을 때보다 지금이 더 낫나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로 돌아왔다. 그는 “경제가 산산 조각이 났다”며 “아메리칸 드림을 다시 가능하게 만들자”는 말로 복귀 신고를 했다. 트럼프의 엑스 활동 재개로 SNS의 대선 확성기 역할이 증폭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엑스 복귀는 12일(현지시간) 진행되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의 엑스 생중계를 앞두고 이뤄진 것이다. 머스크는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을 차기 대통령으로 공개 지지하면서 엑스를 통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엑스가 머스크의 정치적 견해를 대변하는 개인 확성기가 됐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엑스에 복귀하면 더 많은 홍보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는 2021년 극우 지지자들의 워싱턴 연방의회 난입 사태를 부추겼다는 이유로 당시 트위터를 포함한 주요 SNS에서 퇴출됐다. 머스크 CEO가 트위터를 인수해 엑스로 바꾼 다음 트럼프 계정을 복원시켰지만 트럼프는 자신이 직접 만든 플랫폼인 ‘트루스소셜’을 주로 사용해왔다.
트럼프의 트루스소셜 팔로워는 750만에 불과하지만 엑스 팔로워는 8800만명이다. 같은 내용의 글을 올려도 파급 효과가 다를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이날 두 플랫폼에서 게시된 동일한 내용의 캠페인 광고는 2시간 만에 엑스에서 17만2000개의 ‘좋아요’를 받은 반면 트루스소셜에선 9000개 미만의 ‘좋아요’를 기록했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엑스에 가짜뉴스를 자주 올렸던 과거 행각에 비춰볼 때 더 자극적인 선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일각에서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24일 선거 불복 혐의로 애틀랜타 수사당국에 출석하면서 찍힌 머그샷을 올렸다. 이 사진으로 엄청난 기부금을 개인 지지자들로부터 얻어냈다.
민주당의 제리 내들러 연방하원의원은 이날 짐 조던 미국 하원 법사위원회 위원장에게 “엑스에서 터무니없는 거짓과 음모론이 일상화되고 있다”며 “콘텐츠 중재에서 상당한 의견 차이가 있을 순 있지만, 적어도 엑스와 같은 주요 플랫폼에 대한 조사가 양쪽 모두에게 공평해야 한다고 본다”고 쓴 서한을 보냈다.
이미 엑스는 지난 2022년 머스크가 소유한 뒤로 편향적인 선동 도구로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WP는 2021년 1월 1일부터 지난 9일까지 약 3년 7개월 동안 머스크가 엑스에 올린 게시물(2만3558개) 중 7개 단어 이상을 포함한 글(중복 제외) 9567개를 분석하면서 해당 플랫폼이 극우 정치 성향을 광고하는 확성기가 됐다고 지적했다. 머스크가 엑스에 올린 게시물 중 정치 관련 글은 2021년 2%에서 올해 17%로 3년 새 약 6배 증가했고 게시글 중 상당수는 친(親)공화당적인 동시에 반(反)민주당적인 내용이다.
이와 관련, 티에리 브레튼 EU 내부시장 담당 집행위원은 머스크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엑스 면담 생중계에 앞서 혐오 발언 촉진 규정을 지키라고 경고했다. 그는 엑스에 대해 “혐오, 무질서, 폭력 선동 또는 특정 허위 정보를 퍼뜨리고 있다”며 “온라인 혐오 발언과 허위 정보를 단속하기 위해 고안된 EU의 디지털 서비스법에 명시된 실사 의무를 다시 상기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