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폭염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한 가운데 휴가철이 끝나고 전력 소비가 큰 산업 시설의 재가동이 본격화하고 있다. 1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전력공사 서울본부 전력수급현황판에 금일전망이 표시되어 있다. 임세준 기자 |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역대급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지고 휴가철이 끝나 전력 소비가 큰 공장의 재가동이 본격화되면서 전력 수요가 일주일만에 역대 여름철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로인해 안정적인 예비전력률(예비율) 척도인 ‘10%’ 선이 2년 만에 무너졌다.
13일 한국전력거래소 실시간 전력 수급 현황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45분 전력 수요는 94.9GW(기가와트)를 기록했다. 이는 역대 여름 최대 전력 수요를 기록한 지난 5일 실시간 최대치(94.3GW·오후 4시15분)를 넘어선 수치다.
공급 능력은 102.8GW, 예비력은 8.4GW로, 전력위기 경고등 역할을 하는 예비율은 한자릿수인 8.8%에 그쳤다. 지난 5일에도 9%까지 떨어졌다. 이는 2022년 7월 예비율(7.2%)이후 한 자릿수를 기록한 것이다. 폭염으로 인해 냉방 수요가 늘어나며 여름철 최대 수요를 경신했다는 것이 전력당국의 설명이다.
최근 3년간 연도별 여름철 최대 전력 수요는 91.1GW(2021년 7월 27일)→93GW(2022년 7월 7일)→93.6GW(2023년 8월 7일)로 해마다 상승세다. 3년 만에 1.4GW급 신형 원전 2기에 가까운 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역대급 폭염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한 가운데 휴가철이 끝나고 전력 소비가 큰 산업 시설의 재가동이 본격화하고 있다. 1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전력공사 서울본부 전력수급현황판에 금일전망 예상최대수요와 예비율 등이 표시되어 있다. 임세준 기자 |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6월20일 ‘여름철 전력 수급 전망 및 대책’을 발표하면서 올 여름 최대 전력 수요가 이달 5~9일 오후 5∼6시 사이에 올여름 최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지만, 예년과는 달리 더위가 한풀 꺾이는 8월 셋째 주까지 무더위가 이어지며 전력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통상 전력 수요는 ‘7말8초’에 정점을 찍고 8월 중순이면 하향선을 타는 것이 일반적인데 올해는 다르다.
정부는 다음달 6일까지 ‘전력 수급 대책 기간’으로 지정하고 최대 104.2GW의 공급 능력을 확보했다고 밝혔으나 신한울 1호기 고장 등이 겹치며 이달 들어 공급능력은 102~103GW에 그치고 있다.
예비력이 5.5GW 밑으로 내려가면 전력수급 비상단계가 발령된다. 예비력에 따라 1단계는 준비(5.5GW 미만), 2단계는 관심(4.5GW 미만), 주의(3.5GW 미만), 경계(2.5GW 미만), 심각(1.5GW 미만) 순으로 구분되며 단계별 비상 대책이 시행된다. 전력수급 비상단계 발령은 2013년 8월 이후 한 번도 없었다.
전력당국은 필요 시 새로 건설한 울산 GPS복합화력발전소와 통영천연가스발전소 등을 시운전해 투입할 계획이다. 만약 발전기가 고장나거나 예비력이 부족할 경우 수요자원(DR), 석탄발전기 출력 상향운전, 전압 하향 조정 등 최대 7.2GW의 비상예비자원을 가동할 계획이다.
한편, 지난달 21일부터 시작된 서울의 열대야는 23일째 이어지고 있다. 1907년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역대 세 번째 긴 무더위다. 폭염특보도 지난달 24일부터 21일째다. 기상청은 당분간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체감온도가 35도 안팎일 것으로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