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주, ‘강성 친명’에서 ‘개딸의 적’으로…野 전대 후유증 불가피[이런정치]

정봉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후보가 12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른바 '이재명팔이' 세력에 대한 문제의식과 대응 계획을 밝히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양근혁 기자] 정봉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후보가 “‘이재명팔이’ 무리들을 뿌리 뽑겠다”는 폭탄발언을 하면서 친명(친이재명)계와 이재명 당 대표 후보 강성 지지층의 반발이 폭주하고 있다. 당내에선 ‘이재명 2기 지도부’가 출범과 동시에 내홍을 겪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권리당원 득표율 상위권을 지키고 있는 정 후보의 지도부 입성이 유력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13일 민주당에 따르면 정 후보는 현재까지 진행된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권리당원 온라인 투표에서 15.63%의 누적 득표율로 2위를 기록 중이다. 이번 전당대회는 권리당원 투표 비중이 전체의 56%로 역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지난 주말까지 4주간 진행돼온 지역 순회 경선이 서울 만을 남겨두고 있어 정 후보가 당선에 가까워졌다는 분석이 당내 중론이다. 강성 친명계로 평가 받던 정 후보가 돌연 친명계와 각을 세우면서 전당대회 막판 발생한 갈등이 차기 지도부의 뇌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따라붙는다.

정 후보의 불만은 ‘명심(明心, 이재명의 마음)’을 얻은 김민석 후보에게 선두를 뺏기면서 시작됐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정 후보는 순회 경선 초반 누적 득표율 1위를 달렸지만 이 후보가 김 후보를 지원하는 듯한 발언을 하자 3주차부터는 2위로 내려앉았다. 5명의 최고위원 당선자 중 가장 높은 득표율을 기록한 후보가 맡게 되는 수석 최고위원 자리에서 멀어진 것이다.

최근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이 정 후보가 통화에서 이 후보에 대한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고 밝히면서, 정 후보와 친명계 간 갈등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정 후보는 전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전당대회 기간 내내 끊임없이 통합을 강조했고 맏형으로서 그 역할을 하겠다고 약속했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통합을 저해하는 당 내부의 암 덩어리인 ‘명팔이’를 잘라내야 한다”고 비판했다. 박 전 의원과의 통화에 대해선 “본의가 과장된 것”이라고 답하면서도 논란이 된 내용을 부정하지 않았다.

기자회견 직후 이 후보의 강성 지지자들과 유튜버들은 정 후보에게 사과를 요구했고, 이 후보 측근인 김지호 전 당대표 정무부실장과 김병주 후보 등 친명계도 정 후보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 후보 온라인 팬카페인 ‘재명이네마을’을 비롯한 친명 커뮤니티에서도 정 후보를 비판하는 게시글이 줄지어 올라오고 있다. 한 친명계 초선 의원은 이날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정 후보의 앞과 뒤가 다른 언행을 이해할 수 없다”며 “기자회견에서는 통합을 얘기했는데 정작 전당대회 막판에 통합을 저해하는 것은 본인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당 일각에선 정 후보가 이날부터 진행되는 대의원 투표와 일반국민 여론조사를 의식해 전략적 선택을 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의원 투표와 일반국민 여론조사는 최종 결과 합산에서 각각 14%와 30%의 비중을 차지하는데, 권리당원 선거인단과 비교해 이 후보의 지지층 비율이 낮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권리당원 투표가 끝나가니 이런 행동을 한 것일 수도 있는데, 정 후보는 막말 논란도 거듭됐던 사람이고 기본적으로 강성의 이미지가 있다”며 “미운털만 박히고 별 효과는 얻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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