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몬태나주 보즈먼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향해 연일 막말과 거짓 주장을 퍼붓자 ‘친정’인 공화당이 정책에 초점을 맞춰 선거운동을 하라고 간청하고 나섰다.
12일(현지시간)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사퇴하고 해리스 부통령이 대신 나선 이후 충동적인 선거 메시지로 공화당 인사들을 짜증나게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공화당 인사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민과 경제 문제 등 공화당에 유리한 정책 현안에 초점을 맞추면 이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 같은 전략 대신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언변에 더 몰두하는 모습이다. 그는 최근 인도계 흑인인 해리스 부통령의 혈통에 의문을 제기했는데 이는 상대방의 인종 정체성을 문제 삼는 게 금기시되는 미국에서 큰 논란을 일으켰다.
조지아주에서 열린 유세에선 같은 공화당 소속이지만 2020년 대선 당시 패배를 뒤집으라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시를 따르지 않은 브라이언 캠프 주지사와 그의 아내를 맹비난했다. 대선 승패를 좌우할 경합주인 조지아에서 인기가 많은 자당 주지사에 대한 이 같은 공격에 공화당 내에서조차 ‘정치적 자살’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자신의 유세에 참석한 인원이 흑인 인권 운동가 마틴 루서 킹 주니어 목사의 1963년 워싱턴 행진 당시 연설에 참석한 인원보다 많다는 허황된 주장을 하기도 했다.
자신의 유세 규모를 늘 자랑해온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리스 부통령의 유세에 몰린 인파의 사진이 인공지능(AI)으로 조작했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미국 언론은 두 주장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팩트체크를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세와 인터뷰에서 경제와 이민 등 정책 이슈를 언급하기는 하지만 허위 주장과 도를 넘은 인신공격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서 언론도 그런 부분에 집중하며 비판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폴 라이언 전 하원의장의 보좌관을 지낸 브랜던 벅은 MSNBC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경제나 국경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게 아니다”면서도 “그가 이런 모든 다른 미친 것들에 관해 이야기해 주의를 딴 데로 돌리는 게 문제”라고 꼬집었다.
공화당 주요 인사들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정책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케빈 매카시 전 하원의장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해리스 부통령의 유세 규모에 그만 의문을 제기하고, 그녀가 (캘리포니아주의) 법무장관이었을 때 범죄와 관련해 무엇을 했는지, ‘차르’로서 국경 문제를 해결했어야 했을 때 무엇을 했는지 물어보라”고 당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제 책사’로 알려진 피터 나바로 전 백악관 국장도 이날 팟캐스트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경합주에서 이기려면 해리스 부통령과의 정책적 차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권고했다. 그는 “트럼프가 정책보다 인격적으로 해리스를 공격하면 경합주 유권자들, 특히 여성 유권자들의 해리스 지지가 상승한다. 그게 지금의 현실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