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 중고차 시장에 전시된 전기차. 이곳 중고차 시장에서도 전기차량은 중고차 딜러들의 기피 대상이 됐다. 가격 하락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 때문이다. [김도윤 수습기자] |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김도윤 수습기자] 잇따른 전기차 화재 사고로 중고차 시장에서도 전기차는 찬밥 신세다. 중고차 딜러들 입장에선 가격이 떨어질 게 뻔히 보이는 전기차를 사뒀다간 자칫 손해를 보고 팔아야 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중고차 딜러들 역시 ‘전기차 안사요’라는 자구책을 마련한 셈이다. 차량 브랜드보다 ‘배터리 제조국’이 어디냐가 되레 전기차 매입 여부의 핵심이 됐다.
14일 서울 동대문구 장안평에서 만난 한 중고차 시장 딜러는 “중국산 배터리가 들어갔다고 알려진 차는 다 안 팔린다고 보면 됩니다”고 기자에게 말했다. 최근 연이어 발생한 전기차 화재로 소비자 불신이 커졌기 때문이다. 헤럴드경제가 찾은 중고 전기차 시장 분위기는 암울했다. 이날 만난 수명의 딜러들은 기자에게 ‘전기차 문의는 받지 않는다’는 이야기부터 먼저 꺼내놨다.
중고차 딜러 A씨는 “화재 사건 이후에 (중고)전기차 시장 자체가 조금 겁을 먹은 것 같다”라며 “팔려는 사람들은 물건을 내놓고도 가격을 안 내리고 눈치를 보고 있는데 지금 추세면 아마 1~2달 뒤면 가격이 더 떨어질 것 같다”며 “요즘 전기차가 안전에 위험이 있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힘들다. 전기차 구매를 문의하던 고객들도 연락이 뚝 끊겼다”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전기차를 팔려는 사람은 늘었지만, 가격은 하락하고 있었다. 중고차 플랫폼 케이카(K Car)에 따르면 인천 청라 전기차 화재 사고가 발생한 지난 1일 이후 7일간 중고 전기차 접수량은 직전 주(7월 25∼31일) 대비 184% 증가했다. 중고차 거래사이트 엔카닷컴에 따르면 이달 중고 전기차 가격은 전월 대비 최소 1.97%에서 최대 3.36%까지 하락 했다.
화재가 났던 전기차 모델에 대해 물으니 딜러들은 손사래를 쳤다. 또 다른 딜러 B씨는 “화재가 발생했던 차종을 전문으로 다뤘는데, 지금은 다른 차 종류만 구매하고 있다”라며 “화재 때문에 수요가 없어져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중고차 딜러들이 전기차를 매입치 않는 이유는 명확했다. 가격이 떨어질 것이 뻔히 보이는 매물을 받았다간 자칫 손해를 보고 팔아야 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한 딜러는 “저희가 실질적으로 전기차를 매입 하는 것은 지금은 거의 없다. 너무 사건이 크게 났기 때문에 사려는 사람들이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보관 역시 문제다. 충전중이 아닌 차량에서도 불이 났던 사례가 방송을 탔기 때문이다. 중고차 시장 관계자는 “전기차에서 불이나 보관했던 다른 차량으로 불이 옮아 붙는 장면이 보도가 많이 됐다. 언제 어디서 불이날 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크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중고차 거래 사이트에서 벤츠 EQE 모델이 109대 등록됐는데, 이 중 100대가 지난 5일 이후 등록된 중고차다. 이 모델의 중고차 시세는 기존에 7000만원대로 형성됐지만 화재 사고 이후 시세 하단가는 6000만원 이하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전기차 참고사진[연합] |
소비자들 반응도 냉랭하다. 전기차 구매를 고려하던 한 소비자는 “원래는 전기차 구매를 고려하고 있었지만, 주변 모두가 만류하기 시작해 구매 계획을 미뤘다”라며 “안전성에 대한 안심을 한 뒤에야 구매를 고려할 것 같다”라고 전했다.
반면 일부 소비자들은 ‘가격 하락’을 구매 기회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한 시민은 “결국은 가격이 문제인데 지금 추세면 추가적인 가격 하락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며 “한국 배터리를 장착한 차량이라면 그래도 불안감은 좀 덜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기대했다.
완성차 업계에서는 전기차 배터리 정보를 공개하며 신뢰 회복을 위해 나섰지만, 소비자의 눈을 되돌리는 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 중고차 딜러는 “전기차 안전에 대한 우려가 사라지지 않으면, 배터리 정보를 공개한다고 해서 수요가 늘어날 것 같지는 않다”라며 “당분간 전기차 계약 취소는 계속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