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기시다 ‘핵무기없는 세계’ 연설에 “핵무장화 합법화 속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 79주년 기념일인 6일 히로시마에서 열린 추모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히로시마는 5선 중의원 의원을 지낸 기시다 총리 부친의 고향이자 그의 지역구이기도 하다. [연합]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북한이 14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핵무기없는 세계’ 연설에 대해 “역사를 부정하는 자들은 역사의 징벌을 받기 마련”이라고 비판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핵야망국의 역스러운 ’핵피해자‘ 타령’이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기시다 총리가 지난 6일 히로시마 평화공원에서 열린 원폭 79주기 평화기념식에서의 연설에 대해 “핵무장화를 집요하게 추구해 온 것으로 하여 세인의 지탄을 받는 일본이 느닷없이 이미 사문화된지 오랜 ‘비핵3원칙’의 간판을 내들고 ‘핵피해자’ 냄새를 피우며 역스럽게 놀아댄다고 해도 그 흉심은 절대로 감출 수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통신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일본 총리가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고 제조하지 않으며 반입하지 않는다”는 비핵 3원칙을 언급했다. 비핵3원칙은 1971년 11월 중의원의 전체회의에서 통과된 원칙으로, 일본 정부의 핵무기에 대한 기본정책이다. 사토 전 총리는 이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통신은 “그것은 저들의 핵야망을 감추기 위한 하나의 기만술책에 불과하다”며 “‘비핵3원칙’을 표방한 것으로 하여 노벨평화상까지 받았던 사토의 집에서 미일이 1969년에 합의한 극비 핵문서가 발견된 사실이 이를 그대로 입증해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실제 일본은 ‘비핵3원칙’이라는 허울을 쓰고 핵무장을 끈질기게 추구하여왔으며 2000년대에는 일본의 위정자들이 ‘우리가 핵탄두를 생산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일본의 원자력발전소들에는 수천 개의 핵탄두를 제조할 수 있는 충분한 양의 플루토늄이 있다’고 공언하는 정도에 이르렀다”며 “일본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가 원자탄 피해를 입은 지 70년이 되는 2015년의 행사에서는 형식상으로나마 외워대던 ‘비핵3원칙’에 대해 전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통신은 “그런 일본이 이미 다 낡아빠진 ‘비핵3원칙’ 타령을 다시 외워댄 이면에는 음흉한 속심이 깔려있다”며 “마음만 먹으면 임의의 시각에 핵무기를 제조, 보유할 수 있는 능력을 완전히 갖춘 일본에 있어서 오늘날 이를 합법화할 수 있는 명분과 공간이 필요해졌다”고 지적했다.

통신은 일본의 오커스(AUKUS·미국, 영국, 일본, 호주 군사 동맹) 참여, 한미일 합동 다영역 연합훈련 ‘프리덤 엣지’, 일본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 간 공동 훈련 등을 언급하며 “열도와 그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본 반동들의 군사적 움직임을 통해 핵야망국이 노리는 궁극적 목적이 어디에 있는가를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시점에서 기시다가 또다시 ‘비핵3원칙’을 떠들며 지난 세기 저들이 당한 원자탄 피해를 강조한 것은 국제사회의 경각성을 가라앉히고 핵무장화의 불순한 야망을 기어이 실현해 보려는데 그 간특한 속내가 있다”며 “일본이 세계를 기만하면서 기를 쓰며 추구하는 그 길은 히로시마의 참극을 되풀이하는 불행했던 과거에로의 회귀”라고 비판했다.

히로시마를 지역구로 둔 기시다 총리는 지난 6일 “79년 전 야기된 참화, 사람들의 고통이 두 번 다시 반복돼서는 안 된다”며 “비핵 3원칙을 견지하면서 ‘핵무기 없는 세계’ 실현을 위한 노력을 쌓아가는 일은 유일한 전쟁 피폭국인 일본의 사명”이라고 밝혔다. 다만 핵무기금지조약(TPNW) 가입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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