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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미국의 물가 하락세가 예상보다 더 뚜렷하게 나타나면서 금리 인하에 대한 확신이 가득 찬 뉴욕증시가 일제히 급등했다. 미국발(發) 훈풍이 국내 증시의 반등세 속도도 높일 지 관심이 집중된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3일(미 동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408.63포인트(1.04%) 오른 39,765.64에 거래를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90.04포인트(1.68%) 뛴 5,434.43, 나스닥종합지수는 전장보다 407.00포인트(2.43%) 급등한 17,187.61에 장을 마쳤다.
7월 미국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예상치를 밑돌며 둔화하자 투자자들이 환호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7월 PPI는 계절 조정 기준으로 전월 대비 0.1% 상승했다. 이는 연합인포맥스의 시장 예상치 0.2% 상승을 하회하는 수치다. 전월치인 0.2% 상승에도 못 미쳤다. 전년 동기 대비(계절 비조정)로는 2.2% 상승해 이 또한 전월치인 2.7% 상승에서 크게 둔화했다.
특히 서비스 부문의 물가가 올해 들어 처음으로 하락한 점이 눈에 띄었다. 7월 상품 지수는 전월보다 0.6% 상승하며 석 달 만에 오름세로 돌아섰지만, 서비스 지수는 전월보다 0.2% 하락했다. 작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하락한 것이다.
PPI는 선행 지표 성격이 있다. 도매 서비스 물가가 하락함에 따라 향후 소비자물가 지표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기대됐다.
트레이드스테이션의 데이비드 러셀 글로벌 시장 전략 책임자는 “이날 PPI는 특히 서비스 부문에서 인플레이션 흐름이 바뀌었다는 증거를 추가로 제공했다”며 “최근 주가가 더 내려갈 것으로 보고 주식을 매도한 투자자들은 좌절할 수 있다”고 말했다.
PPI가 시장 입맛에 맞게 나오면서 14일 공개되는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7월 CPI마저 예상치를 밑돌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속도도 더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이날 PPI 결과로 9월 금리인하폭이 50bp(1bp=0.01%포인트)일 것이라는 베팅은 다시 우위를 점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9월 기준금리가 50bp 인하될 확률을 53.5%로 반영했다. 전날에는 25bp 인하가 근소하게 우위였다.
빅테크(대형 기술주) 대부분 강세를 보였다.
엔비디아는 6.53% 급등하며 최악의 국면은 지났다는 분석이 나왔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전날 반도체 업종이 반등하면 엔비디아가 가장 투자하기 좋은 종목이라고 권고했다.
시가총액 1위 애플(1.72%)과 2위 마이크로소프트(1.77%)를 비롯해 주요 7개 빅테크 기업으로 구성된 '매그니피센트 7'은 모두 주가가 올랐다.
인공지능(AI) 및 반도체 관련주인 브로드컴(5.07%)과 AMD(3.19%), 퀄컴(4.04%), 대만 TSMC(2.81%), 마이크론 테크놀러지(2.96%), Arm(5.69%) 등의 주가도 가파르게 뛰었다. 이들을 망라한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이날 4.18% 급등했다.
델 테크놀로지스는 바클레이스 분석가들이 투자 의견을 비중 축소에서 비중 유지로 상향 조정한 데 힘입어 주가가 5% 가까이 뛰었다.
스타벅스는 멕시칸 음식 체인업체 치폴레 멕시칸 그릴에서 브라이언 니콜 최고경영자(CEO)를 영입했다는 소식에 주가가 24.5% 급등했다. 치폴레를 혁신적으로 바꿔놓은 니콜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를 거칠게 밀어 올렸다. 반면 스타벅스에 니콜을 빼앗긴 치폴레의 주가는 이날 7.5% 하락했다.
대형 소매기업 홈디포는 2분기 매출과 주당순이익(EPS)이 모두 시장 예상치를 웃돌면서 주가가 1.23% 상승했다.
스코샤뱅크 수석 외환전략가 션 오스본은 연준이 물가는 어느 정도 잡혔다고 보고 고용 지표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지금처럼 변동성 높은 시기엔 지표 수치가 오르든 내리든 시장 반응이 평소보다 더 강하게 일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준 인사들은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금리 인하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두는 발언을 했다.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공개 발언에서 “기준금리를 내리기 전에 좀 더 많은 데이터를 보고 싶다”며 “금리를 내리기 시작했다가 방향을 바꿔서 금리를 다시 올려야 한다면 정말 나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경제가 예상대로 전개되면 올해 말까지는 금리 인하를 지지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소기업들의 경기 낙관론은 약 2년 반 만의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전미자영업연맹(NFIB) 발표에 따르면, 7월 소기업 경기낙관지수는 전월 대비 2.2포인트 상승한 93.7로 집계됐다. 이는 4개월 연속 상승세이자 2022년 2월 이후 최고치다.
중동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은 여전히 높지만, 이란과 이스라엘 간 충돌은 아직 현실화하지 않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휴전 협상에 대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면서도 휴전 협상이 타결되면 이란이 보복 공격을 보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종별로 보면 에너지만 1% 하락했을 뿐 모든 업종이 올랐다. 기술은 3% 급등했고 임의소비재도 2% 넘게 뛰었다. 헬스케어와 산업, 재료, 커뮤니케이션서비스도 1% 넘게 올랐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는 전장보다 2.59포인트(12.51%) 하락한 18.12를 기록했다.
14일 국내 증시 역시 미국 증시의 훈풍이 긍정적 재료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전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3.20포인트(0.12%) 오른 2,621.50에 거래를 마쳤다. 이로써 지난 9일 이후 3거래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반면, 코스닥지수는 전장보다 7.86포인트(1.02%) 하락한 764.86에 장을 마쳤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Eurex 코스피200 선물은 1.3% 상승 마감했다”면서 “대형주 중심의 리스크 온(Risk-on, 투자금이 몰리는 현상) 확산이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한지영 연구원은 “엔비디아, 마이크론 등 반도체주의 동반 강세를 계기로 반도체주의 주도주 지위 상실이라는 전망이 일부분 후퇴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국내 증시도 오늘 출발이 나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내일 휴장을 앞둔 경계심과 미 CPI 대기심을 뚫고 어느 정도 주가를 회복할지가 관건”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