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선택과 집중’을 통한 글로벌 초일류 방산기업 도약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인적분할을 통해 비방산 계열사를 분리하고 방산 및 항공·우주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로 성장 잠재력을 극대화해 ‘한국의 록히드마틴’을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그룹의 핵심 주력사업을 이끄는 김동관 한화 부회장의 리더십이 더욱 두터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4일 오전 성남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인적분할 안건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신규 지주사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가칭)가 다음달 1일 본격 출범하게 된다. 분할 비율은 9대 1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방산과 연관성이 적었던 자회사인 한화비전과 한화정밀기계를 신설되는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에 넘기고 ‘방산 전문기업’으로 진화하게 됐다. 지난해 4월 한화디펜스, 한화방산의 합병을 완료하고 방산 통합법인이 출범한지 약 1년 5개월 만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인적분할 후 다음달 27일 재상장 예정이다.
주총 의장을 맡은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이사는 이날 “루마니아, 폴란드에서 대규모 수주 성과를 연달아 이뤄냈고, 차세대 KF-21 최초 양산 착수와 함께 차세대 우주발사체 주관 제작사로 선정되는 등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방산과 항공우주 분야에서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대표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글로벌 초일류 방산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며 “혁신기술을 기반으로 항공우주 및 뉴 모빌리티 시장을 선도하며 주주 여러분께 실적으로 보답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방산에 올인’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층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인적분할을 계기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오션-한화시스템’ 3사가 중심이 돼 방산 포트폴리오를 한층 강화하면서 상승세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적극적인 투자와 연구개발(R&D),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방산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방산, 항공·우주사업은 김동관 부회장이 직접 공을 들이는 분야로, 김 부회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전략부문 대표이사를 맡고 있기도 하다.
실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2분기 ‘역대급’ 실적을 올리며 고공행진 중이다. 2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2조7860억원, 영업이익 358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46%, 영업이익은 357% 늘었다. 이는 시장 전망치를 크게 웃돈 ‘어닝 서프라이즈’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영업이익이다. 직전 분기와 비교해도 매출은 51%, 영업이익은 859%가 각각 증가했다. 상반기 전체로는 연결기준 매출 약 4조6000억원, 영업이익 약 4000억원을 달성했다.
하반기 전망도 밝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장기화하고 이란-이스라엘 사이 전운이 감도는 등 최근 글로벌 안보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방산 수요가 높아지면서 방산 수출 계약이 잇따를 것으로 기대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폴란드와 284문 규모의 K-9 잔여계약이 남아있고 호주, 이집트 등 해외수출 물량이 하반기 본격적으로 매출에 반영될 예정이다. 지난달 체결한 루마니아 K9 자주포 수출계약 1조3828억원도 3분기 반영을 앞두고 있다. 상반기 기준 수주잔고는 30조3000억원으로, 향후 5년치 일감이 쌓여있는 만큼 수년간 전망도 긍정적이다.
위경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방산 수요 증가 과정에서 수주잔고를 지속 증가시켜 온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실적 성장폭은 매우 가파를 것”며 “인적 분할을 고려하더라도 존속회사(한화에어로스페이스)만으로도 목표주가를 높일 준비가 됐다고 판단한다”고 내다봤다. 정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