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파월 의장은 금리 인하 시점이 가까워지고 있다며 9월 금리인하 가능성을 언급했다. 연합뉴스 |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임박했다는 기대가 커지면서 보험사들이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IFRS17(새 국제회계기준) 도입 후 줄곧 고금리가 유지돼 저금리 대응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지급여력비율이 과거 RBC 제도와는 달리 K-ICS에서는 금리 인하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9월부터 본격적인 금리 인하가 진행될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이 나온다. 미국의 7월 물가상승률이 소폭 오르더라도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인하 계획에는 차질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미 연준은 지난해 7월 이래 기준금리를 5.25~5.50% 수준으로 동결해 왔다.
국내 기준금리는 지난 7월, 기존과 같은 3.5%로 동결했지만, 한국은행의 고심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과 가계대출 증가세로 금리 인하가 쉽지는 않은 분위기가 포착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2년 7월 이후 미국과 금리 역전이 지속돼 9월 미국이 금리 인하를 시작한다면 10월께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시각이 높다.
이에 보험업계는 IFRS17 하에서 첫 기준금리 인하 대비에 분주하다. 재무 건전성 측면에서는 K-ICS의 경우 자산과 부채 모두 시가 평가해 자본 감소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재무 건전성에 악영향을 끼친다.
보험사는 장기 상품을 주로 판매하기에 부채의 만기(듀레이션)가 자산보다 더 길어 부채가 자산보다 금리 변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과거 RBC 제도에서는 금리 인하 시 부채는 영향이 없고 자산만 시가평가되면서 재무건전성이 향상되는 효과가 있었다.
다만 과거 판매한 생보사의 고금리 확정형 상품의 경우 IFRS17 변경시 부채에 이미 반영돼 금리하락시 이차 역마진 영향력은 과거에 비해 감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보험사들은 영업 측면에서도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통상 예정이율과 공시이율은 기준금리에 맞춰 인하한다. 공시이율은 금리 연동형 상품의 적립금에 적용되는 이자율로, 은행의 예금이자율과 유사한 개념이다. 예정이율은 보험사가 신상품을 출시할 보험료 산정에 영향을 준다. 예정이율이 높을 경우 보험료는 낮아지고, 반대의 경우에는 비싸진다.
예정이율 인하는 보장보험료 가격을 올리고 공시이율 인하는 적립보험료 부리액 감소로 이어져 소비자들의 보험상품 선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리인하 반영 시 보험가격 상승으로 인해 신규고객 감소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적절한 반영시기 조절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는 예정이율 2.5~3.0%, 공시이율 약 1.7~2.6% 수준이다.
보험사들은 금리 하락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준비에 나서고 있다. 교보생명은 지난달 말 후순위채를 7000억원 발행했다. 하나생명·손해보험도 지난 25일 유상증자를 결정해 모기업으로부터 각각 2000억원, 1100억원 규모의 자금을 받기로 했다. 메리츠화재도 후순위채 발행액 한도를 기존 5000억원에서 1조원까지 확대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보험사들은 금리 하락에 의한 자본건전성 하락을 막기 위해 그간 장기채를 계속 사들이는 등 대비해왔다”라면서 “하지만 킥스 자체가 기존 제도보다 관리하기 더 까다롭고, 모두가 처음이라 금리 하락기에 건전성 문제를 일으키는 보험사가 나올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보험사들의 평균 K-ICS 비율은 223.6%로 전분기(232.2%) 대비 8.6%포인트 하락했다. 생명보험사는 10.0%포인트 하락한 222.8%, 손해보험사는 6.7%포인트 내린 224.7%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