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마친 뒤 마이크를 내리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신현주 기자] 이달 말 발간 예정인 국민의힘 총선백서에 한동훈 대표의 시스템 공천이 매끄럽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담긴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한 대표가 도입한 ‘국민추천제’와 비례대표 공천 과정이 공정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의 내부 지적이 반영됐다. 공천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이들이 ‘한동훈식 공천’을 문제 삼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5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국민의힘 총선백서 특별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백서에 포함했다. 공천 관련 문제는 총선백서 내 ‘개선방안 파트’에 들어갔다. 해당 내용은 총선백서특위가 실시한 자체 설문조사와 별도로 진행된 면담에서 제기된 내용인 것으로 확인됐다.
구체적으로는 국민추천제의 ‘모호함’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국민추천제로 발탁된 인사들이 누구에게 추천을 받았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추천을 받았는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국민추천제는 여성·청년 등의 정치참여 활성화를 위해 이번 총선에서 처음 도입된 제도로 당의 ‘텃밭’으로 불리는 서울 강남갑·을, 대구 동군위갑과 북갑, 울산 남갑 5곳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복수 관계자들에 따르면 실제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국민추천제 진행 당시 ‘구인난’을 겪었고 비례대표를 신청자 중 일부를 대상으로 국민추천제 면접을 봤다. 이들 중에서는 22대 국회에 비례대표로 입성한 의원들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비례대표 공천 과정에 문제가 있었단 주장도 담겼다. 직능단체와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기 위한 비례대표에 당사자들의 의견보다 특정인의 의견이 더 많이 반영됐단 지적이다. 또한 국민의힘 공관위원 중 3명을 꼽아 국민의미래(국민의힘 위성정당) 공관위를 구성해 놓고, 국민의힘 공관위에 공천 진행 상황을 공유하지 않은 것은 ‘모순’이라는 비판도 있었다고 한다. 당시 관계자는 “당시 국민의힘 지도부에게 비례대표 공천 상황을 보고하면서 국민의힘 공관위원에게는 일절 말하지 않은 것은 의도적”이라며 “국민의힘과 국민의미래가 별도 정당이었다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냐”고 반문했다.
실제 국민의힘 비례대표 공천은 내부 반발로 한 차례 뒤집혔다. 공관위원이었던 이철규 의원은 당직자-호남 인사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취지로 반박 기자회견을 열었고, 김예지 의원은 이례적으로 ‘비례 재선’에 성공해 비판을 받았다.
당내에서는 유일준 전 국민의미래 공천관리위원장을 당무감사위원장으로 임명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번 총선 결과를 두고 ‘참패’라는 혹평이 나오는 상황에서 공천에 직접 개입한 인물이 당무감사를 이끄는 것이 쇄신이 맞느냐는 주장이다. 당무감사는 전국 254개 당원협의회를 대상으로 진행되는데, 선거를 앞두고는 통상 ‘물갈이’ 명분으로 작용한다. 다음 당무감사는 2026년 지방선거를 1년 앞둔 내년 초 이뤄질 전망이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공천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인물을 ‘물갈이용’으로 평가받는 당무감사위원장에 배치하는 것이 옳은가”라며 “결과와 상관없이 ‘내 사람을 채우겠다’는 의도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한 대표의 쇄신 의지는 높게 사지만 총선을 이끌었던 한동훈 비대위와 비슷한 인물들 사이에서 어떤 변화의 메시지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면서도 “한 대표의 정치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특위 위원장인 조정훈 의원은 전날 마지막 회의 후 ‘한동훈 대표에 대한 평가 분량이 줄어드는 것이냐’는 질문에 “저 스스로도 이 백서를 왜 쓰는가에 대해 반복해 물었고 특정인에 대한 공격을 위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저희 특위가 관심을 가진 것은 6대 개혁과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