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말 발간 예정인 국민의힘 총선백서에 한동훈 대표의 ‘시스템 공천’이 매끄럽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한 대표가 도입한 ‘국민추천제’와 비례대표 공천 과정이 공정하지 않았다는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의 내부 지적이 반영됐다. 공천에 직접 관여한 이들이 ‘한동훈식 공천’을 문제 삼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또 더불어민주당의 4·10 총선 핵심 공약이자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의 22대 국회 1호 법안인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지급 특별조치법)’이 총선 당시 여당의 어떤 공약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평가도 백서에 담긴 것으로 파악됐다.
16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국민의힘 총선백서 특별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백서에 담았다. 공천 관련 문제는 총선백서 내 ‘개선방안 파트’에 들어갔는데, 특위가 실시한 자체 설문조사와 별도로 진행된 면담에서 제기됐다.
구체적으로는 국민추천제의 ‘모호함’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국민추천제로 발탁된 인사가 누구에게 추천을 받았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의 추천을 받았는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국민추천제는 여성·청년 등의 정치참여 활성화를 위해 이번 총선에서 처음 도입된 제도로 당의 ‘텃밭’으로 불리는 서울 강남갑·을, 대구 동군위갑과 북갑, 울산 남갑 5곳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실제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국민추천제 진행 당시 ‘구인난’을 겪었고 비례대표를 신청자 중 일부를 대상으로 국민추천제 면접을 봤다. 이들 중에서는 22대 국회에 비례대표로 입성한 의원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비례대표 공천 과정에 문제가 있었단 주장도 담겼다. 직능단체와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기 위한 비례대표에 당사자의 의견보다 특정인의 의견이 더 많이 반영됐단 지적이다. 또 국민의힘 공관위원 중 3명을 꼽아 국민의미래(국민의힘 위성정당) 공관위를 구성해 놓고, 국민의힘 공관위에 공천 진행 상황을 공유하지 않은 것은 ‘모순’이라는 비판도 있었다고 한다.
당시 관계자는 “당시 국민의힘 지도부에게 비례대표 공천 상황을 보고하면서 국민의힘 공관위원에게는 일절 말하지 않은 것은 의도적”이라며 “국민의힘과 국민의미래가 별도 정당이었다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나”라고 꼬집었다.
실제 국민의힘 비례대표 공천은 내부 반발로 한 차례 뒤집혔다. 공관위원이었던 이철규 의원은 당직자-호남 인사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취지로 반박 기자회견을 열었고, 김예지 의원은 이례적으로 ‘비례 재선’에 성공해 비판을 받았다.
백서에는 이재명 전 대표와 관련된 내용이 눈에 띈다. 국민의힘 총선백서 제작을 위한 설문조사에서 민주당의 대표 공약인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이 국민의힘의 공약보다 더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이 대표적이다. 총선 출마자와 당직자, 기자 등 5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전 국민 25만원 지원 공약이 유효했다고 보는지’ 묻는 문항에 대한 평가는 10점 만점 중 6점대를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국민의힘 공약에 대한 평가는 3~4점대에 그쳤다. 민주당의 대표 공약이 여권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국민의힘의 모든 공약을 제친 셈이다.
공약이 아닌 총선 전략 중에선 ‘이·조(이재명·조국) 심판론’이 가장 잘못된 전략이었단 평가를 받았다. 국민의힘이 총선 과정에서 내세웠던 ‘운동권 심판론’과 ‘일하게 해주십시오’ 등 호소 전략보다 더 유효하지 못했단 지적이다. 민주당이 ‘전 국민 25만원’ 등 공약을 내세운 반면, 여당인 국민의힘은 정책 공약이 아닌 ‘이조심판’ 전략에 집중했단 것이다.
아울러 특위는 이번 백서에 ‘김건희 여사 문자 무시 논란’을 비롯한 당정 관계 문제 또한 총선 패배 요인으로 담았다. 박상현·신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