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고정 주담대 금리 확대 기대

“주담대 5년 고정금리가 3.62%인데 10년 고정금리가 3.63%”

은행권 최초로 10년마다 금리가 바뀌는 장기 주기형(고정형) 주택담보대출이 출시된 가운데, 향후 이같이 만기가 긴 고정금리 상품이 더 확대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기존 우려와 다르게 금리 수준에서 기존 고정금리 상품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은 데다, 은행 가산금리 조정으로 격차가 더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에서는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향후 경기 변동 위험을 방지하고자 하는 ‘안전 추구형’차주의 수요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한은행 10년 고정 주담대 금리 출시…‘금리 차이’우려 해소=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지난 9일 국내은행 최초로 10년 주기로 금리가 바뀌는 고정금리 주담대 상품을 선보였다. 그동안 국내 민간 고정형 주담대는 최대 5년간 금리가 고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에 ‘고정’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금리 변동 위험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이어졌고, 올해 금융당국 주도하에 장기 고정금리 상품이 등장했다.

은행권에서는 장기 고정금리 상품이 기존 상품에 비해 금리가 높게 책정되며,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했다. 10년 주기 주담대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발행해야 하는 커버드본드의 발행비용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커버드본드는 은행 등 금융기관이 보유한 주담대 채권 등 우량자산을 유동화해 발행하는 채권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 5월 은행이 발행한 커버드본드에 대해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지급보증을 제공해, 발행금리를 낮출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채권 위험가중치를 줄여 발행금리를 낮추는 방법이다. 실제 신한은행은 이를 통해 국고채 10년물에 18bp(1bp=0.01%)를 더한 비교적 낮은 금리의 채권 발행에 성공했다.

출시 이후 대출금리에서도 기존 상품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지난 13일 기준 신한은행의 10년 주기형 주담대 금리는 3.37~5.38%로 5년 주기형 금리(3.28~5.29%)와 비교해 하단이 0.09%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날 신규코픽스 기준 주담대 변동금리(4.3~5.91%)와 비교하면 하단이 0.93%포인트가량 낮은 셈이다.

▶더 줄어드는 금리 차…“안정성 추구 수요 있을 것”=심지어 이같은 금리 차이는 더 좁혀질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은 이날부터 주담대를 중심으로 늘어나는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5년 주기형 주담대에 0.35%포인트 가산금리를 더하기로 결정했다. 10년 만기 상품에는 그보다 낮은 0.3%포인트 금리를 더한다. 가계대출 증가세를 관리하면서도, 안정성에 기여할 수 있는 장기 고정금리 수요를 억제하지 않기 위한 조치다.

이에 따라 10년·5년 주기형 주담대 간 금리 차는 0.01%포인트까지 줄어들었다. 이날 기준 신한은행의 10년 주기형 주담대 금리는 3.62~5.43%로 5년 주기형 주담대 금리(3.63~5.44%)와 비교해 상·하단 각각 0.01%포인트 웃돌았다. 단 며칠 만에 금리 차이가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셈이다.

신한은행에서 해당 상품을 통해 2억원의 자금을 대출받는다고 가정하면 매월 납부할 원리금(대출 기간 30년, 거치 기간 없음)은 금리 하단 기준 ▷5년 주기형 91만1540원 ▷10년 주기형 91만2666원으로 산출된다. 고정 기간을 5년 늘리는 데 월 1100원가량의 부담만 더 늘어나는 셈이다.

은행권에서는 금리 차이가 줄어들면서 소비자들의 반응도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추가 부담이 적을 경우 안정성을 위해 ‘보험’성격으로 변동 주기를 늘리는 수요가 있을 거라는 기대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결국 중도상환수수료가 면제되는 시점부터 갈아탈 수 있는 선택지가 생기기 때문에, 비용을 제외한 10년 주기형 상품의 단점은 없다”면서 “고정 기간을 늘리는 비용이 많지 않다면 안정성을 추구하는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민은행은 지난 9일 3000억원 규모의 커버드본드 발행 모집에 성공하며, 10년 만기 주담대 출시의 기반을 닦았다. 다른 시중은행도 장기 고정금리 상품 출시를 위한 커버드본드 발행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처음으로 상품을 내놓은 신한은행의 판매가 원활하게 이루어질 시, 향후 주요 시중은행들을 중심으로 판매 규모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김광우 기자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