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올해 상반기 국내 주요 손해보험사들이 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호실적을 이어간 손보사들은 새로운 회계기준인 IFRS17 도입의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의료 파업과 호흡기 질환 청구액 감소에 따른 손해율 개선도 이익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실적을 발표한 상위 5개 손해보험사의 합산 당기순이익은 4조841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삼성화재와 DB손해보험은 각각 1조3144억원, 1조1241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하며 1조원이 넘는 실적을 기록했다.
메리츠화재 역시 상반기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이 9977억원을 기록하며 1조원에 가까운 성과를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22.3% 증가한 역대 최대 실적이다. 특히 장기보험 손익이 전년동기 대비 1500억원 이상 늘어났다.
현대해상의 경우 당기순이익(8330억원)이 전년 동기 대비 67.6% 증가해 반기 기준 역대 최대, KB손해보험도 572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8.9% 증가하면서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손보사들은 공통적으로 IFRS17 회계 제도상 실적에 유리한 장기 보장성 상품의 신계약이 대폭 늘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올해 상반기 5개 손보사의 장기인보험 신계약 매출액은 357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 넘게 증가했다.
일각에서는 보험사들이 회계 방식을 자의적으로 설정해 단기 실적을 부풀렸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IFRS17은 보험사의 수익을 보험료가 들어온 시점이 아닌 계약기간에 걸쳐 나눠 인식하는 것이 핵심이다. 기본 원칙만 제시하고 보험사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회계제도다. 이에 보험사들이 수익성에 유리한 장기 보험을 판매하면서 미래에 생길 이익을 앞으로 끌어 단기 실적을 개선시켰다는 주장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IFRS17 공동협의체’를 꾸리고 관련 제도 개선안을 논의하고 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달 보험개혁회의에서 “연말까지 매월 회의를 개최해 판매채널, 회계제도, 상품구조 등의 종합 개선방안을 검토하겠다”며 “최근 국민들의 관심이 높은 실손보험과 IFRS17 쟁점 사항의 경우 가급적 연말 전에 빠르게 개선방안을 도출·확정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