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소비·기업투자 급감, 나랏빚은 103조…괜찮을까?[김용훈의 먹고사니즘]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최근 우리 경제는 전반적 물가 안정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견조한 수출·제조업 호조세에 설비투자 중심의 완만한 내수 회복 조짐을 보이면서 경기 회복 흐름이 지속되는 모습이다.”

1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 8월호를 통해 최근 내수 상황에 대해 설비투자를 중심으로 완만한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 ‘완만한’이란 수식어를 추가하긴 했지만 넉 달째 ‘내수 회복’ 분위기에 힘을 실은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런 경기 진단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국책연구기관 한국개발연구원(KDI)부터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KDI는 지난 8일 경제전망 수정 보고서에서 올해 실질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을 지난 5월(2.6%)보다 0.1%포인트 내린 2.5%로 하향 조정했다. 2.5%는 한국은행·국제통화기금(IMF) 전망치와 동일하고, 정부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2.6%)보다 낮다. 올해 국내외 주요 전망기관 가운데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내려 잡은 건 KDI가 처음이지만, 타 기관들 전망치를 유지하기 어려워 보인다.

민간소비·기업투자 ‘최악’…수출엔 ‘먹구름’
폭염으로 배추 가격이 오르는 가운데 9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배추를 판매하고 있다. [연합]

GDP 구성 요소는 민간소비·기업투자·정부소비·순수출 이렇게 모두 4가지다. 하지만 올 상반기 민간소비와 기업투자는 크게 뒷걸음질쳤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소매판매액지수(불변)는 2분기 102.0으로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2.9% 감소했다. 이는 2009년 1분기(-4.5%) 이후 15년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소매판매는 또 2022년 2분기 ‘0.2% 감소’를 시작으로 9개 분기 연속 전년 같은 분기보다 감소했다. 통계 작성 이래 가장 긴 감소 흐름이다.

반도체 수출 호황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설비투자도 크게 감소했다. 설비투자는 운송장비(자동차)가 늘었으나, 기계류(반도체제조용장비 등)가 줄면서 2.1% 감소했다. 설비투자는 지난해 5∼12월 내리 감소한 데 이어 올해도 2월부터 다섯 달째 줄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분기 제조업 국내공급동향’에 따르면 2분기 반도체 품목 국내공급은 전년 동기 대비 17.4% 감소했다. 이는 우리나라 2분기 GDP 성장률은 전기 대비 -0.2%를 기록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민간소비·기업투자 뿐 아니다. 경기가 좋지 않을 땐, 통상 정부는 재정 지출을 늘려 경기를 부양한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정부 예산 총지출 증가율을 2023년 5.1%에서 2024년 2.8%로 오히려 줄였다. 민간소비가 줄고, 기업투자가 늘지 않으면서 정부는 내수부양을 위해 올 상반기 재정 집행을 서둘러 1년 전보다 20조원 많은 357조5000억원을 집행했다. 연간 재정 신속집행 계획 561조8000억원 중 63.6%를 집행한 것이다. 하반기 집행 여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나마 수출은 괜찮았다. 앞서 6월 경상수지는 122억6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2017년 9월(123억4000만달러) 이후 6년 9개월 만의 최대 규모다. 다만 나홀로 고성장을 구가하며 세계경제 성장을 이끌어 가던 미국 경제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한국의 제1 수출 시장인 한국의 대미 수출에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올해 1~7월 미국 수출 비중은 전체 수출의 19.0%로 중국과 함께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실제 8월 1~10일 무역적자는 29억달러를 기록했다.

재정집행 여력 약화…후행지표 고용까지 ‘빨간불’

나라 살림살이는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월간 재정동향 8월호’에 따르면 6월 말 누계 총수입은 296조원, 예산 대비 진도율은 48.3%다. 1~6월 국세 수입은 168조6000억원으로 작년보다 10조원 줄었고, 6월 누계 총지출은 20조3000억원 증가한 371조9000억원(진도율 56.6%)이다. 통합재정수지는 76조원 적자,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4대 보장성 기금 수지를 차감해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103조4000억원 적자를 기록 중이다.

경제 상황이 악화하면서 후행지표로 인식되는 ‘고용지표’에서도 경고음이 켜지는 상황이다. 8월 고용동향 발표 이후 정부는 ‘고용률 30개월 역대 최고, 실업률 역대 최저’라고 설명했지만, 경기 상황과 밀접한 건설업 취업자 수는 8만1000명 줄었다. 우리 사회의 최하위 취약계층이라고 할 수 있는 일용근로자 수도 7만1000명 감소했다. 세금일자리가 아닌 괜찮은 일자리는 계속 줄어 청년층(15~29세) 고용률은 46.5%로 작년 같은 달보다 0.5%포인트 떨어졌다.

※[김용훈의 먹고사니즘]은 김용훈 기자가 정책 수용자의 입장에서 정책에 대해 논하는 연재물입니다. 정부 정책에 대한 아쉬움이나 부족함이 느껴질 때면 언제든 제보(fact0514@heraldcorp.com) 주세요.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기사로 보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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