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탓하면서 중산층 세제 혜택 확대…주택 300만호 신규 공급도
바이든보다 더 왼쪽?…트럼프 이기려면 대중 영합적 정책 필요 판단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폭리를 취하는 거대 자본을 단속해 물가를 낮추고, 중산층에 대한 세제 혜택 등 정부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노스캐롤라이나주 연설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취임 100일 경제 구상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해리스 선거캠프가 이날 밝혔다.
캠프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은 음식과 식료품에 대한 바가지 가격(price gouging)을 “사상 처음으로 연방정부 차원에서 금지”하고, 대기업이 음식과 식료품에서 소비자를 불공정하게 착취해 폭리를 취하는 것을 못하도록 규제할 계획이다.
이런 규정을 어기는 기업들을 수사해 엄하게 처벌할 권한을 연방거래위원회(FTC)와 주(州) 법무장관에 부여하기로 했다.
대형 식품기업들이 가격을 크게 올리고 경쟁을 저해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불공정한 인수합병도 단속한다.
해리스 캠프는 “누구도 아프거나 다치는 불행을 겪었다는 이유만으로 파산해서는 안 된다”면서 해리스 부통령이 미국인 수백만명의 의료 채무를 탕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가 고령자에 한해 도입한 인슐린 가격 월 35달러 상한과 처방약 자기 부담 한도 2천달러를 모든 미국인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소비자의 약값 부담을 키우는 제약사를 단속하겠다고도 했다.
중산층 가정에 자녀 1명당 3천600달러의 세액공제를, 자녀를 출산하면 그해 6천달러의 신생아 세액공제를 제공할 계획이다.연간 소득 40만달러(약 5억4천만원) 미만 가정에는 세금을 올리지 않을 방침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미국 전역에서 심각한 주택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4년간 주택 300만호가 새로 공급되도록 할 계획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를 위해 집을 짓는 사업자에게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 주택 건설에 방해가 되는 인허가 등 규제를 개선한다.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에 계약금 용도로 2만5천달러(약 3천400만원)를 지원하고, 지역 정부 차원의 주택 공급을 지원하기 위해 400억달러 규모의 자금을 조성한다.
대기업 임대업자들이 공모해 월세를 과도하게 올리는 것도 막을 방침이다.
사모펀드와 같은 월가의 투자자들이 임대용 주택을 사재기하면 해당 주택 구매와 관련된 세제 혜택을 받지 못하게 하는 법안의 의회 통과를 촉구할 계획이다.
해리스 부통령의 경제 정책 다수는 바이든 행정부에서 추진했던 정책의 연장선에 있지만 일부 정책은 더 대중 영합적인 색채를 띠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정책들을 총체적으로 보면 해리스 부통령의 계획은 완전히 새로운 시작이라기보다는 바이든 대통령 경제 정책의 재시동(reboot)이라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식료품 폭리 금지 등을 두고 “해리스 부통령의 계획은 이미 전임 민주당 대통령들보다 당의 경제 정책을 더 왼쪽으로 끌고 간 바이든 대통령보다 훨씬 더 강도 높은 경제 포퓰리즘”이라고 평가했다.
해리스 부통령의 세제 공약의 경우 세수 감소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민주당의 사회안전망 확대 구상과 상반된다는 지적이 있으며, 재계에서는 해리스 부통령이 고물가의 책임을 기업에 전가하려는 것에 반발하고 있다.
그런데도 민주당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이기려면 대중 영합적인 경제 정책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확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WP는 전했다.(워싱턴=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