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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노후 대비를 위한 퇴직연금 시장 규모가 400조원에 육박한 가운데, 금융권역 간의 고객 쟁탈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오는 10월부터 퇴직연금 갈아타기 문턱이 낮아지면서, 가장 많은 규모의 자금을 흡수한 은행권이 증권사 등에 자금을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8일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올 2분기 기준 전체 퇴직연금 적립액은 394조2832억원으로 지난해 말(382조3000억원)과 비교해 11조9832억원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1년 새 48조원가량의 자금이 퇴직연금에 몰린 셈이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5만원권을 정리하고 있다.[연합] |
가장 많은 자금을 흡수한 곳은 은행권이었다. 은행권의 2분기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액은 207조1945억원으로 전 분기(202조3522억원)보다 4조8423억원 늘었다. 이로써 전 금융권 퇴직연금 적립액의 52.5%를 은행권이 관리하게 됐다. 신규 자금도 은행에 가장 많이 유입됐다. 올 상반기 전체 퇴직연금 유입액(11조9832억원) 중 9조1464억원이 은행에 쏠렸다.
하지만 수익률 측면에서 증권사의 선전이 돋보이며, 향후 판도의 지각변동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지난해 기준 증권사의 퇴직연금 평균 수익률은 7.11%로 은행권(4.87%)의 수익률을 크게 웃돌고 있다.
오는 10월 예정된 ‘퇴직연금 현물이전’ 제도의 시행 또한 증권사로의 머니무브를 부추길 수 있다. 현물이전 제도는 퇴직연금 가입자로 하여금 보유 중인 계좌를 해지하고 현금화하지 않더라도, 포트폴리오를 그대로 유지한 채 여타 금융사로 갈아탈 수 있게 하는 제도다. 400조원에 달하는 전체 퇴직연금의 이동 제약 하나가 사라지는 셈이다.
서울 한 거리에 주요 시중은행의 ATM기기가 설치돼 있다.[연합] |
실제 증권사들은 이를 기회로 삼고, 퇴직연금 시스템 개발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에 ‘로보어드바이저’를 도입하는 등 인공지능(AI) 관련 서비스 개발에 나섰다. 일부 증권사들은 모바일 플랫폼 MTS를 통해 통합연금조회 및 진단·투자하는 시스템 개선도 추진 중이다.
은행들 또한 맞대응에 나섰다. 현재 중요도가 높아진 비이자이익 확보를 위해서라도 퇴직연금 고객을 놓칠 수 없다는 게 은행들의 입장이다. 특히 주요 시중은행들은 최근 줄줄이 연금 특화 점포 등을 개설하고, 대면 상담의 장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증권사와 마찬가지로 생성형AI 등을 통한 자동화 운용 서비스 개발도 한창이다.
한편 은행권에서는 현물이전 제도가 시행된다고 하더라도, 고객들의 이탈이 적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은행들에서도 전 금융사 수익률 상위권을 차지하는 등 운용 성과를 보이고 있다”면서 “연금이 회사와 연동된 경우도 많기 때문에 실제로 계좌를 옮기려는 수요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