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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연금 개혁에 성공한 대다수 유럽 국가들은 연금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고령자의 은퇴 시기와 수급 개시 연령을 함께 늦추고 있다. 더 오래 일하고, 연금을 더 늦게 받는 방안이다.
지난해 프랑스는 연금 수령이 가능한 법정 은퇴 연령을 62세에서 64세로 늦추는 연금개혁을 단행했다. 독일도 2001년과 2004년 개혁을 통해 연급 수급 연령을 상향했고, 65세인 정년을 오는 2029년까지 67세로 연장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핀란드는 은퇴 시기를 63~68세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해 늦게 은퇴할수록 더 많은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제도를 시행 중입니다. 일본은 2022년 4월부터 기존 65세인 정년을 70세로 늘렸다.
모수개혁 외에도 연금안정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연금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한 나라도 있다. 인구구조, 경제지표, 연금재정수지 등에 따라 보험료율과 지급액, 수급 연령 등 모수가 자동으로 조정되는 제도이다.
스웨덴은 1998년 유럽 국가 중 최초로 연금 자동조정장치인 ‘안정화지수’를 도입했다. 기대수명이 늘어나면 연도별 연금 지급액이 축소되고, 연금 부채가 자산보다 커질 경우 균형 재정을 달성할 때까지 지급액이 줄어든다.
독일도 2004년 연금 지급의 자동조정장치로 ‘지속가능성 계수’를 도입했다. 지속가능성 계수가 1에 수렴되도록 보험료율과 급여 수준을 지속적으로 조정된다.
일본은 연금액을 기대수명 연장과 출산율 감소에 연동해 삭감하는 장치인 ‘거시경제 슬라이드’’를 2004년에 도입했다.
자동 안정화 장치는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70%가 운용 중이다. 자동 안전화 장치의 뼈대는 연금 조정에서 정치적 판단을 원천적으로 배제한 것이다. 개혁 논의만 반복하면서 정치·사회적 비용이 소모되지 않도록 하는 동시에, 정부 성향과 상관없이 연금액이 규칙적으로 조정되는 것이 장점이다.
또 사적 연금 활성화 및 민간수탁 방식을 도입하는 등 다층연금체계를 강화하면서 수급자의 수익률을 높이는 국가도 있다.
영국은 국민들이 사적 연금에 가입하도록 제도적으로 장려했다. ‘퇴직연금 자동등록 제도’로 조건 충족 시 회사가 지정한 수탁기관에 퇴직연금이 자동 납입되도록 제도를 바꿨다. 이런 퇴직연금을 유지하는 것은 강제는 아니지만 퇴직연금을 유지했을 때 혜택이 많아 결론적으로는 국민들의 사적 연금 가입이 대폭 늘어났다.
실제로 영국의 퇴직연금 가입자는 제도 개혁 전에 55%에서 현재 88%로 급증했다. 영국 정부는 사적 연금과 공적 연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노후 준비를 돕는 ‘통합연금예측’ 서비스도 구축했다.
스웨덴은 2004년에 강제가입 사적 연금 시스템인 ‘프리미엄 연금’을 도입해 국민이 의무적으로 소득의 2.5%를 민간 금융회사를 통해 적립·운용하도록 강제했다. 또 ‘내 연금(Min Pension)’이라는 제도를 도입해 개인의 공적 연금, 기업연금 그리고 개인연금 정보를 종합적으로 보여주고 연금 예상 총액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했다.
호주는 퇴직연금 운용에 여러 민간 수탁법인의 개입을 활성화했다. 지난 10년간 호주의 퇴직연금 평균수익률은 7%대로 한국(4.9%)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처럼 연금개혁에 성공한 해외 주요 국가들은 모두 연금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환경과 상황에 따라 지급액을 조정할 수 있는 기능을 도입했고, 현재까지 이같은 조치들은 비교적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자동조절기능을 도입한 국가는 연금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면서도 보험료율을 일정 비율 아래로 통제하는 데 성공했고 이에 따라 국민들의 연금제도에 대한 신뢰도도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