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간)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유세 도중 연설하고 있다. [AFP] |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놓은 관세 정책이 실현될 경우 물가 인상과 경기 침체가 우려된다고 월가 경제학자들이 경고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4일 노스캐롤라이나 유세에서 미국으로 오는 모든 수입품에 보편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우리를 수 년 간 속인 외국에게 10~20%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산 수입품의 경우 관세를 60%까지 올린다고 했다. 현재 중국산 수입품 관세는 11%, 중국산 제외 모든 수입품은 1% 수준이다.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투자은행(IB) TD증권은 모든 수입품에 10% 관세 부과 시 미국 물가가 매년 0.6~0.9%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트럼프 집권 후 2년간 물가가 1.8%포인트 뛸 것으로 추산했다. 미국 싱크탱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도 물가 상승률이 1.8%포인트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물가가 상승하면 성장에도 타격을 가하게 된다. TD증권은 관세 인상과 이민 규제로 미국의 경제 성장률이 1~2%포인트 하락하고, 경기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조세재단은 이에 따라 일자리 82만 5000개가 사라지고, 경제성장률이 1.1%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WSJ는 “외국 제품을 수입하는 국내 기업도 관세가 적용돼 기업들은 비용 대부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것”이라며 “물가 인상으로 인한 가계 부담은 미국 경제 성장을 저해한다”고 예상했다.
이러한 연쇄 효과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다시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도 있다. 얀 하치우스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다른 요인이 동일하다고 가정했을 때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정책만으로도 연준이 금리를 5번 추가 인상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투자자들은 ‘트럼프 2.0’에서 어떤 기업이 특히 손해를 볼 지 살피고 있다. 글로벌 IB 제프리스그룹은 관세 인상이 미국 철강회사에게는 도움을 주고, 캐나다가 본사인 룰루레몬과 같은 수입사에는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했다.
WSJ은 “과거 멕시코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트럼프의 위협은 미국이 아닌 곳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자동차 기업의 주가를 끌어내렸다”며 “월가는 트럼프 정책으로 예상되는 잠재적 승자와 패자를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약처럼 관세를 부과하기 힘들다는 입장도 있다. 글로벌 IB 파이퍼 샌들러의 미국 정책 연구자인 앤디 라페리에르는 모든 수입품에 10% 관세를 부과하지 않을 것이라며 “상황에 따라 가장 적절한 법적 정당성을 사용해 다양하게 수입품에 관세를 적용하는 안을 사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라페리에르 연구자는 그럼에도 관세 인상 자체를 이뤄질 것으로 보고 “트럼프 2기 행정부는 관세에 동의하거나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추진을 받아들이는 사람들로 둘러싸일 것”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