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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서울교대 재학 시절 ’남자대면식 성희롱 사건’에 가담했던 현직 초등학교 교사를 징계한 것은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징계시효가 지났다는 이유에서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오석준)는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 A씨가 서울시교육감을 상대로 “견책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이같이 판시했다. 앞서 1심과 2심은 A씨 패소로 판결했지만 대법원은 판단을 뒤집었다. 2심 판결을 꺠고, 다시 판단하도록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현직 교사 A씨는 서울교육대학 2학년이었던 2016년, 남자대면식에 사용하기 위해 신입 여학생들의 외모를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자료를 제작했다. 자료엔 여자 신입생의 이름, 나이, 사진, 외모 표현 등이 담겼다. 남학생들은 이를 돌려보며 외모 평가, 성희롱 발언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은 2019년 3월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대자보가 학내에 게시되면서 알려졌다. 폭로가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올라가 6만여명의 동의를 얻었고, 학교 측의 진상조사와 서울교육청 감사 등이 이어졌다. 현직 교사가 포함된 졸업생 14명이 이 일로 2020년께 징계를 받았다. A씨도 이중 한 명이었다.
견책을 받은 A씨는 징계 취소를 요구하는 소청심사가 2021년에 기각되자, 법원에 소송을 냈다.
재판 과정에서 A씨 측은 “책자를 만든 것은 사실이지만 여학생들을 성적 대상화하는 발언을 하지 않았다”며 “불과 20살일 때 한 행동으로 징계 처분하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주장했다.
또 “징계처분이 유지되면 ‘성 비위로 징계를 받은 공무원’에 해당해 영구히 교장·교감 임용이 불가하고, 향후 5~10년간 담임교사로 근무할 수 없어 징계의 정도가 너무 무겁다”고 했다.
1심과 2심은 A씨 패소로 판결했다. 징계 사유가 인정되고, 징계시효도 지나지 않았다고 봤다.
물론 국가공무원법에 따르면 원칙상 징계시효가 3년이라 A씨 주장대로 징계시효가 지난 게 맞다. 하지만 1심과 2심 법원은 A씨의 행동이 국가인권위원회법상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봤다. 이 법은 공공기관 종사자의 성희롱 행위를 금지하며 교육공무원법에 따라 징계시효를 10년으로 장기간 규정하고 있다.
1심을 맡은 서울행정법원 2부(부장 신명희)는 2022년 10월, A씨 패소로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이 사건엔 10년의 징계시효가 적용된다고 할 것”이라며 “A씨가 당시 서울교대 학생으로 향후 같은 지역 초등학교 교사로 종사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 여학생들을 상대로 한 비위 행위를 저질렀다”고 봤다.
2심의 판단도 같았다. 2심을 맡은 서울고등법원 9-3행정부(부장 조찬영)도 지난 2월, A씨 패소로 판결했다.
2심 재판부도 “비위행위 당시 A씨는 국가인권위원회법상 ‘공공기관의 종사자'에 해당하는 게 맞다”며 10년의 징계시효를 적용한 게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A씨를 공공기관의 종사자로 볼 수 없으므로 원칙대로 3년의 징계시효를 적용하는 게 맞다고 봤다.
대법원은 “교대 학생은 공공기관의 업무를 수행한 게 아니라 계약상 원인에 의해 일정한 역무를 제공받는 것일 뿐”이라며 A씨가 국가인권위원회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봤다.
이어 “A씨에겐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3년의 징계시효가 적용된다”며 “비위사실이 발생한 날부터 3년이 지난 2020년 3월에 징계 처분이 이뤄졌으므로 징계시효가 지나 위법하다”고 결론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