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열차 궤도 이탈 여파로 열차가 줄줄이 지연된 18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에 관련 안내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 18일 오후 8시 13분 서울을 떠나 부산으로 가는 고속철도(KTX)를 타려던 A씨(77)는 서울역에 도착해 전광판을 보고서야 열차 출발이 지연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얼마나 기다리면 되는지 방송이나 전광판 알림은 없었다. 사람들로 가득 찬 대합실은 에어컨이 무색할 정도로 열기가 가득찼다. A씨는 상황 파악도 어렵고, 역사에서 마냥 기다릴 엄두도 나지 않아 역 근처에 숙소를 잡아 이틀날 오전 KTX를 타기로 했다. 그는 “얼마나 기다리면 되는지 알아야 대기를 하든 숙소를 정하든 결정할텐데 답답했다”며 “나이든 사람들 입장에선 휴대전화로 정보를 찾기도 어려워서 곤혹스러웠다”고 말했다.
광복절이 낀 연휴 마지막날 일요일. KTX를 타고 귀가하려던 수많은 사람들이 KTX 탈선으로 날벼락을 맞았다. 이날 서울을 떠나 오후 5시14분 부산에 도착 예정이던 KTX-산천 열차가 동대구역을 인근에서 바퀴가 궤도를 이탈하는 사고가 나면서다. 이 열차 이후 시간대에 경부고속선을 달릴 예정이었던 상하행 153개편(KTX·SRT 포함)이 줄줄이 지연됐다.
KTX 궤도 이탈 사고로 비롯된 연쇄 지연이 예약자들에게 즉각 전파되지 않으면서 서울역과 부산역, 동대구역 등 주요 KTX 정차역은 아수라장이 됐다. 인파가 몰린 서울역에선 역무원들이 메가폰 하나를 들고 열차 지연 소식을 전달했다. 열차 시간을 바꾸거나 취소하려는 승객들이 몰린 매표 창구 앞은 난리통이었다. 일부 승객들이 코레일 역 직원을 붙잡고 열차 지연에 대해 항의하는 장면도 포착됐다.
18일 저녁 서울발 부산행 KTX091 열차의 지연 안내 [독자 제공] |
KTX 열차 궤도 이탈 여파로 열차가 줄줄이 지연된 18일 오후 서울행 KTX 열차 내부가 승객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 |
동시 접속자가 몰리며 코레일 어플리케이션(앱)도 먹통이 됐다. 열차를 꼭 이용해야 하는 사람들은 2~3시간이고 하염없이 기다려야 했다. 코레일이 입석 탑승을 허용하자 동대구에서 출발하는 KTX 열차에 탑승하려는 사람들이 승강장에 몰리며 위험한 장면이 연출됐다. 입석 승객들이 객차 복도와 심지어 화장실에도 들어찼다.
승객들은 코레일의 사고 후속 대응을 질타했다. 서울역에서 7시20분 부산행 KTX를 예약한 최모(37) 씨는 “출발 3분 전에야 열차가 지연된다는 공지를 문자로 받았다. 환불을 하거나 고속버스를 알아볼 여유가 전혀 없는 상태였다”고 말했다. 30분 가량 늦게 출발한 열차를 그대로 탑승한 최 씨는 자정이 다 되어서야 부산역에 내릴 수 있었다.
전날 KTX 열차 궤도 이탈 사고 여파로 19일 오전까지 KTX 열차가 지연되고 있다. 서울역 모니터에 부산에서 출발한 열차가 1시간 가까이 지연되고 있음을 알리는 내용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 |
사고 수습을 마치고 19일 KTX 경부선 첫 차부터 정상 운행한다는 코레일의 설명과 달리, 오전 이른 시간까지 일부 열차는 일정대로 운행되지 못하고 있다. 부산에서 서울로 향하는 열차는 예정 시간보다 10~30분 늦게 도착해 출근길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포항과 경주에서 동대구역 방면으로 운행하는 KTX 열차는 시속 40~50㎞로 서행하고 있다. 여객운송약관에 따라 열차 지연에 따른 배상과 더불어 택시비 등 추가보상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코레일 관계자는 “렛츠코레일 앱과 역사 내 전광판을 통해 열차편의 예상 지연 시간을 공지했으나 급박한 상황에서 각 역마다 대응에 차이가 있었던 것 같다”며 “열차 연쇄 지연에 따른 대응 방안을 포함해 사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