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당정이 제2의 티몬·위메프 사태 방지를 위한 별도의 ‘온라인플랫폼법(이하 온플법)’ 제정안 마련에 나섰다. 그간 온플법 제정에 부정적이었던 당정이 독·과점 시장 사업자를 겨냥한 규제에 전향적으로 나선 것이다. 한동훈 대표 체제 출범 이후 민생 대응에 방점을 찍은 당정 기조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19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전날 오후 서울 삼청동 국무총리 공관에서 열린 한동훈 대표 체제 첫 고위당정협의회에서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정부에 “독자적인 온라인플랫폼법으로 대응하는 것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주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티몬·위메프 사태 이후 공정거래위원회가 플랫폼 중개업자에 대한 대금 정산 기한을 설정하고, 결제대금 별도 관리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의 대규모유통업법 개정 검토를 시사한 것보다 한 발 더 나아간 조치다. 김 의장은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에게도 독자 제정안 마련을 직접 언급했다고 한다.
김 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온라인 플랫폼의 독·과점 규제, 온라인 플랫폼의 갑을 관계 규정에 대한 내용을 현재 공정거래위에서 부처 간 이견 조정, 업체 의견을 수렴하는 중”이라며 “안이 마련되는 대로 당에서 의원 입법 형태로 발의해 야당과 협의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당정은 정부안이 성안되는대로 9월 중 당정협의회를 개최할 방침이다.
당초 정부·여당은 대규모유통업법, 전자상거래법 등 기존 관련법들과 충돌 가능성, 과도한 규제로 이어질 경우 업계 반발 등 부작용을 우려해 별도의 온플법 제정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 왔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다수의 온플법이 발의됐지만 여야 논의가 불발되며 자동 폐기됐다. 최근 티몬·위메프 사태를 계기로 민주당에서 두 달 새 온플법이 7건 발의되고, 일부 법안을 당론 추진하는 방안까지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지자 당정도 적극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전향적인 제정 검토는 한동훈 대표 체제 출범 이후 적극적인 민생 대응을 통한 당정 결속 강화에 초점을 둔 여권의 기조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전날 고위당정협의회에서는 순직 군인 유족에 대한 연금체계를 손질하는 내용의 군인사법 개정안, 추석 물가안정 대책 등 민생 현안이 다수 논의됐다. 한 대표가 강조했던 전기차 배터리 안전관리 대책은 이달 중 당정협의를 거쳐 발표될 예정이다.
한 대표는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당장 저희가 목전에 큰 선거를 두고 있지 않다는 점이야말로 진짜 민생 정치를 실천할 기회일 수 있다”며 “이제 국민들께서 정부·여당을 평가하는 진짜 전장은 민생 정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정부와 당이 하나가 돼서 그야말로 ‘올 코트 프레싱(전방위 노력)’으로 민생 정책에 몰두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호응했다.
국민의힘은 ‘격차 해소 특별위원회’ 신설을 준비 중이다. ‘격차 해소’는 한 대표가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이끈 지난 총선의 대표적인 정책 어젠다로, 연임에 성공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먹사니즘’의 대항 구호가 될 전망이다. 한 대표는 이날 최고위에서 “격차를 해소하는 정책은 일률적인 현금 살포와 다르다”며 “지속 가능하고 균형 있는 정책으로 국민의 삶이 더 나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