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대 국회에서 ‘변죽만 울리고 끝난’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다시 시동을 걸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교육·노동·연금·의료 등 4대 개혁 의지를 강조함에 따라 정부는 다음달 초 국민연금 개혁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관련기사 3면
특히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세대 간 형평성과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둔 국민연금 개혁이 이뤄질 경우 기금의 고갈 시점을 2055년에서 30년 이상 늦출 수 있다”며 국민연금의 구조개혁에 불을 지피고 있다.
정부가 이번에 내놓을 국민연금 개혁안의 핵심은 ‘세대 간 형평성’과 ‘지속 가능성’으로 모아진다. 특히 세대 간 보험료율 인상 속도를 달리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연금 고갈 시점을 7∼8년 늦추는 게 무슨 큰 의미가 있겠는가. 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해 젊은 층에 ‘우리도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혀 모수개혁보다는 구조개혁에 힘을 쏟겠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명확히 했다.
지난 21대 국회 막바지까지 갑론을박으로 결론을 내지 못했던 ‘모수개혁’과 ‘구조개혁’의 첨예한 대결이 다시 한 번 예고된 셈이다.
올해 1월 500명의 시민대표단은 연금개혁특별위원회 민간자문위원회가 내놓은 ‘소득보장 강화안’(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50%)과 ‘재정안정 강화안’(보험료율 15%·소득대체율 40%)을 놓고 투표에 부쳐 소득보장 강화안을 지지한 바 있다.
하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여야는 보험료율 13% 인상에는 합의했지만, 소득대체율을 43%(국민의힘)로 할 것이냐, 45%(더불어민주당)로 할 것이냐를 놓고 입장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게다가 21대 국회 임기 만료를 얼마 남기지 않고는 구조개혁을 먼저 해야 한다는 여당과 정부의 입장과 모수개혁을 먼저 하고 단계적으로 구조개혁을 해야 한다는 야당의 입장이 엇갈리면서 연금 개혁안은 숙제만 남긴 채 22대 국회로 바통을 넘겼다.
사실상 22대 국회에서도 연금개혁을 이뤄내야 한다는 대전제에도 불구하고 모수개혁과 구조개혁 등 개혁의 방법과 속도를 놓고 또 한 번 평행선을 달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22대 국회에서 연금개혁안이 통과되는 데에는 더 큰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2026년 지방선거, 2027년 대선으로 선거 정국이 이어지면서 표를 의식한 정치권이 ‘더 내고, 덜 받는’ 보험료율 조정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야당이 소득보장에 더 무게를 두고 있어 여당, 정부와 의견 조율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치권에 이론적 배경을 제시하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입장차가 갈리는 등 사회적으로 합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점도 연금개혁에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21대 국회에서 논의했던 보험료율 조정안이 있으니 우선 이에 대해 논의한 뒤 추가적으로 구조개혁 논의를 하면서 보완할 것을 제언한다. 최영준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정부가 자동조정장치를 발표하게 되면 여야 간 합의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21대에서 제시된 소득대체율 44%, 보험료율 13%에서 시작할 것을 제안한다.
반면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전 한국연금학회장)은 소득대체율 인상이 들어간 개혁안은 ‘연금개혁’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소득대체율은 40%로 그대로 두되 보험료만 ‘12~15%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는 게 윤 연구위원의 주장이다.
이태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