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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국내 대표 반도체 종목이자 시가총액 1·2위 종목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검은 금요일(2일)’, ‘검은 월요일(5일)’로 불리는 대폭락장 당시 겪었던 하락폭을 약 2주만에 극복했다. 팔자세로 급락세를 이끌었던 외국인 투자자까지도 최근 들어 반도체주 ‘양대 산맥’ 순매수세에 동참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향후 주가 흐름에 대한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된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16일 종가 기준 8만200원에 장을 마치며 ‘8만전자(삼성전자 주가 8만원 대)’에 지난 1일 이후 보름 만에 복귀했다. 대폭락장이 펼쳐지기 전날인 지난 1일 종가 8만3100원까지는 복귀하지 못했지만, ‘검은 금요일’ 종가(7만9600원)는 넘어선 것이다.
반등세는 SK하이닉스에서 더 드라마틱하게 펼쳐졌다. 지난 16일 종가 기준 SK하이닉스 주가는 19만9700원을 기록하면서 대폭락장이 펼쳐지기 전인 지난 1일 종가 19만3300원까지도 뛰어 넘었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SK하이닉스 주가는 장중 20만원을 터치하기도 했다. ‘20만닉스(SK하이닉스 주가 20만원 대)’를 장중에 기록한 것은 지난 1일 이후 10거래일 만이다.
국내 증시 대표 반도체주가 강세를 보인 요인 중 하나로는 미 증시 내 대표 반도체 종목들의 강세가 꼽힌다.
글로벌 인공지능(AI) 대장주 엔비디아 주가는 최근 5거래일 간 17.19% 상승했고, AMD(+10.63%), 퀄컴(+7.06%), 브로드컴(+11.76%), 마이크론(+16.12%), ASML(+6.60%) 등도 강세를 보였다. 미 증시 대표 반도체 지수인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도 같은 기간 9.78% 올랐다.
미국의 소매판매와 고용지표가 양호하게 나오면서 그동안 미 증시를 짓눌렀던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줄었고, 함께 커져가던 ‘AI 거품론’까지 불식된 결과로 읽힌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빅테크들의 AI 투자 확대 의지는 투자의 적시성으로 인해 매우 명확하며 단기간 내 급하게 축소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면서 “하반기에도 AI발 메모리 수요는 지속 강세를 유지할 전망”이라고 짚었다.
대폭락 당시 떠났던 외국인이 돌아온 것도 반도체주 강세를 이끄는 주요 동력으로 꼽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9일부터 16일까지 최근 5거래일 간 외국인 투자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해 순매수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합산액으로는 각각 8979억원, 7711억원씩 기록 중이다.
‘검은 금요일’과 ‘검은 월요일’ 이틀간 외국인 투자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각각 1조5191억원, 6005억원씩 순매도한 바 있다.
증권가에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AI 투자 확대에 따른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증가 덕분에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데 무게를 싣고 있는 분위기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빅테크의 올해 AI 관련 설비 투자는 2018년 후 6년 만에 최대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며 “고대역폭메모리(HBM) 중심의 고용량 D램 수요 증가세는 내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승연 DB투자증권 연구원도 “실적발표를 통해 하반기 HBM3E 공급을 본격화할 자신감을 내비친 삼성전자는 HBM 비트(bit) 공급을 올해 약 4배, 오는 2025년 2배 이상을 계획하고 있다”며 “클라우드서비스공급자(CSP)들의 AI 설비투자 경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HBM3E 공급 확대로 하반기 삼성전자의 본격적인 HBM 시장 진입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제시한 목표주가 컨센서스(평균가)는 삼성전자가 11만1167원, SK하이닉스가 27만4880원에 이른다.
다만, 상반기 이어졌던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 중심의 랠리가 비슷한 모습으로 전개되긴 힘들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익 성장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구심과 거친 조정을 학습한 시장이 지난 2분기와 같이 미국 빅테크에 편향된 랠리를 또다시 반복할지는 미지수”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의 ‘HBM 램프업’ 시점이 시장 기대보다 늦어질 거라는 시각도 있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실적발표에서 언급한 하반기 HBM 매출 3.5배를 달성은 인증이 지연된 만큼, 인증 완료 후부터 연간 수량의 75%를 판매해야만 달성이 가능한 계획”이라며 “HBM 생산능력(Capa)을 고려하면 공급 측면으로도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삼성전자의 HBM은 엔비디아 인증을 완료하고 12단 제품 인증을 완료한 이후인 2025년부터 본격적인 램프업이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