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렛츠 홈페이지] |
[헤럴드경제=김희량·박병국 기자] 150억원대 온라인 쇼핑몰 알렛츠가 티몬·위메프 대금 지연 사태에서 비롯된 경영난을 이유로 최근 폐업을 공지했다. ‘제2의 티메프’가 현실화된 것이다. 재정 건전성이 악화한 다른 이커머스까지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가전·가구 등을 판매하는 알렛츠(allets) 지난 16일, 홈페이지에 ‘부득이한 경영상 사정으로 8월 31일 자로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알렸다. 인터스텔라가 운영하는 이 업체는 인테리어 관련 콘텐츠 발행과 프리미엄 쇼핑 플랫폼을 운영해 왔다.
인터스텔라는 티메프 사태 전부터 완전자본잠식 상태로 운영 자금이 부족했다. 지난해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204억원으로 전년(99억원) 대비 2배 넘게 증가하며 재정 건정성이 악화했다. 업계는 알렛츠의 주요 판매자인 전자 제품 판매자들이 티메프 사태 여파로 경영난을 겪으며 이번 유동성 위기를 촉발한 것으로 추정한다. 주요 판매자의 영업력이 나빠지면서 판매 대금이 돌지 않았고, 알렛츠의 투자 유치까지 실패하면서 자금난에 봉착했다는 설명이다.
인터스텔라의 지난해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204억원으로 전년(99억원) 대비 2배 넘게 증가했다. [알렛츠 감사보고서] |
알렛츠 관련 피해를 주장하는 입점 판매자와 구매 고객 수백명은 피해자 모임 오픈채팅방을 개설해 상황을 공유 중이다. 피해자들이 공유한 인터스텔라 대표의 임직원 대상 발송 메일에는 “불과 2∼3일 전만 해도 어떻게든 잘 버티면서 이겨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며 “최근 논의됐던 마지막 투자 유치가 불발되면서 더 이상 회사를 운영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는 내용이 언급됐다.
알렛츠 입점 판매자인 A씨는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2억5000만원 정도를 정산받지 못했다”면서 “알레츠가 운영자금이 없어 닥친 일인데 1000억원 정도 미정산금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티메프 사태 후 쇼핑몰 통합 판매관리 플랫폼 ‘셀러허브’ 역시 대금 지급을 미루고 있다. 이커머스에 상품 판매를 돕는 이 업체는 티메프에서 대금을 받기 전까지 정산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런 위탁·대행 판매 업체가 입점한 플랫폼을 중심으로 티메프 사태의 여파가 쓰나미처럼 번지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전제품 판매자의 경우 수십억에서 수백억원까지 물려 있는 경우가 많아 현실적인 대안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티몬·위메프(티메프) 피해 판매자와 소비자들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금융위원회 앞에서 '검은 우산 집회'를 열고 피해자 구제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 |
15일 오후 서울 강서구 공공운수노조에서 배달 대행 프로그램인 만나플러스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 |
업계는 주요 이커머스들 중 완전자본잠식인 곳들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재정 상황이 완전자본잠식 상태인 에이블리(-543억원), 정육각(-309억원), 발란(-77억원) 등이 대표적이다. 완전자본잠식 상태는 가진 자산을 모두 팔아도 빚을 갚지 못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투자를 통한 자금 수혈 또는 흑자 전환이 필수적이다. 이들 업체는 최근 언론에서 제기된 우려에 대해 “투자를 유치했거나 유치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플랫폼 기반의 대금 지연은 배달업계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배달판 티메프 사태’로 불리는 배달 대행업체 만나플러스와 관련한 피해가 확산 중이다. 현재 미지급 수수료는 약 85억원으로 추정된다. 라이더 및 가맹 식당, 오토바이 대여 업체까지 여파가 전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커머스 특성상 피해가 연쇄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이동일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신용을 기반으로 규모가 확장된 플랫폼 경제의 특성상 피해 규모도 커질 수밖에 없다”면서 “정부의 대출 지원이 판매자들의 운영 자금 확보에 도움이 되겠지만, 그 외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판매자들이 복수의 플랫폼에 납품하기 때문에 도미노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라면서 “신속한 정산금 지원이 지금으로서는 최선”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