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위메프(티메프) 피해 판매자와 소비자들이 지난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금융위원회 앞에서 열린 ‘검은 우산 집회’에 참가해 우산을 펴고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전새날 기자] 티몬·위메프 사태 관련 집단분쟁 조정 참여자가 역대 최다를 기록하면서 조정 과정이 어떻게 진행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집단분쟁 조정 참여자들이 조정안을 실제 수락한 성립률은 전체의 절반에 못 미쳐 티몬·위메프 사태 피해 구제가 제대로 이뤄질지 주목된다.
19일 소비자원에 따르면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의 집단분쟁 조정은 동일 유형의 피해자 수가 50명 이상일 때 가능하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당사자 간에 합의만 이뤄지면 법원의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으로 민사소송 대비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2007년 집단분쟁조정 제도가 도입된 이래 조정을 신청한 사건은 티몬·위메프 사건까지 모두 203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64건은 신청 요건에 맞지 않거나 신청 이유가 타당하지 않아 조정 전에 기각됐고, 25건은 신청 취하와 처리 불능 등 사유로 조정안이 도출되지 않았다.
지금까지 조정안이 마련된 사건은 112건이었다. 이 중 실제 조정이 성립된 사건은 48건으로 전체의 42.9%(일부 성립 포함)로 불성립된 사건 64건(57.1%)보다 적었다. 이는 소비자와 사업자 간의 개별 사건 조정 성립률(70%)보다 훨씬 낮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집단분쟁 사건의 조정 성립률이 개별 사건보다 낮지만, 한 번 성립이 이뤄지면 대규모 피해 구제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실례로 2020년 신혼여행을 위해 하나투어를 통해 멕시코 칸쿤 등으로 향하는 아에로멕시코 항공권을 예약한 소비자 135명은 코로나19 사태로 환불을 신청했지만 받지 못해 집단분쟁 조정을 신청했다. 분쟁조정위는 여행사와 항공사에 공동책임을 물어 1억6000여만원 상당의 환급금 지급을 결정했고, 하나투어가 이를 수용해 조정이 성립됐다.
2022년에도 기준치의 612배가 넘는 환경호르몬이 검출된 아기 욕조 사용 소비자 1287가구가 제조자와 판매자를 상대로 제기한 집단분쟁 조정 사건에서 조정안을 수락한 851가구가 5만원씩 받았다.
현재 진행 중인 집단분쟁 조정 사건은 넥슨의 메이플스토리 게임 유료 아이템 확률 조작 사건(5804명)과 티몬·위메프 여행 관련 상품 미환불 사건(9028명)이다.
소비자원은 지난 14일 메이플스토리 사건과 관련해 “넥슨은 피해자들에게 넥슨캐시로 보상하라”는 조정안을 내놨다. 넥슨은 이를 수용해 전체 게임 이용자 80만명에게 동일 기준을 적용해 보상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티몬·위메프 여행 관련 상품 미환불 피해 사건은 역대 가장 많은 인원이 집단분쟁 조정에 참여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소비자원이 19일부터 티몬·위메프에서 판매된 상품권 관련 집단분쟁 조정 참여 신청을 받으면 참여자는 1만명을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집단분쟁 조정은 성립 시 사업자로부터 전체 피해자에 대한 보상계획서를 제출받아 조정 절차에 참여하지 않는 소비자까지 구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집단분쟁 조정을 통해 조정안이 도출되더라도 이를 피해자들이 수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 경우 피해자들은 집단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 집단분쟁 조정은 이의제기나 재심 절차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 2021년 발생한 머지포인트 사건(7200명)의 경우 분쟁조정위가 판매사인 머지플러스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고 온라인쇼핑몰 등 통신판매중개업자들도 일부 책임을 부담하라고 조정안을 냈지만, 모든 사업자가 거부해 조정이 성립되지 않았다.
머지포인트 피해자들은 5건으로 나눠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했고 소비자원은 변호사 비용을 지원했다. 소비자원이 집단분쟁 조정 불성립 사건에 법률 지원을 한 사례는 머지포인트 사건이 유일하다.